봄은 내 딸이 처음으로 걸음마를 뗀 순간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유년기의 추억인지
내 불혹의 설움인지
봄은 첫사랑보다 모질다
입춘을 지나 벌써 한 달이 훌쩍 가버리고 3월로 접어들었습니다.
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한 해가 지나고 1월이란 달력의 숫자보다 봄이란 계절이 더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봄을 내 딸이 처음으로 걸음마를 뗀 순간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첫 걸음마를 한다는 것은 엄청 위대하고 경이로운 일이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겁니다. 이렇듯 봄은 첫 걸음마처럼 주춤주춤 걸음을 떼다 다시 뒤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다가오는 여정입니다.
계절도 이처럼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봄인가 싶어 두꺼운 외투를 집어넣는 순간 꽃샘추위가 며칠 기승을 부리다 어느 날 갑자기 봄이 와 있는 거죠.
봄은 언 땅이 녹아 아지랑이 가득한 유년기의 추억이며, 불혹으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변해버린 육체와 정신의 괴리 속에 다가오는 서러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땅에서 푸른 잎들이 속삭이듯 솟아오르는 봄이 첫사랑보다 모질게 다가옵니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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