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조합, 튼튼한 뿌리
튼튼한 조합, 튼튼한 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04 2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3월 13일에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다. 지역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을 이끌어 갈 전문 경영인(CEO)를 뽑는 선거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금품을 제공한다는 신고·제보에 이어 후보자 자택 압수수색 등으로 연일 뒤숭숭하고 시끄럽다. 아직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지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못지않게 선거가 가열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우리 선관위는 계속되는 신고로 휴일에도 감시단속 활동에 임하고 있고, 단속반원들은 관내 곳곳을 누비면서 최근 상향된 위반행위 신고 포상금 3억원을 홍보하며 불법선거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금품제공 행위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관할 선관위 혹은 국번 없이 1390으로 신고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도 발송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중에 만나는 일부 시민들은 “요새 누가 그런 돈 선거 하노?”라고 묻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합장선거 행태를 되돌아보면 ‘조합장선거=돈 선거’가 아직까지는 제일 먼저 연상된다.

“그동안 가슴 떨려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밤잠을 설쳤는데 자수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이 아무개 씨(66)는 평소 알고 지내는 이웃으로부터 “잘 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5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 지난 2015년에 실시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그 지역 후보로 나선 김 아무개 씨(55)가 건넨 돈이었고, 거절하면 ‘나는 당신을 찍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 눈 딱 감고 받았다고 한다. 조합장 출마 후보자 김씨는 그렇게 최소 2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이 든 봉투 150여 장(총 6천만원)을 뿌렸다.

이 사건은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때의 이야기이지만,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각 지역에서도 마치 데자뷔처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건 속 김씨의 돈 봉투 살포는 봉투를 받은 한 주민이 논산시선관위에 신고함으로써 적발되었는데, 신고자는 신원이 노출되면 지역사회에서 매장될 것을 우려해 1억원의 포상금 수령도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하지만, 봉투 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김씨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은 한 달 사이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가 이 사건을 검찰에 즉시 고발 조치하고 돈 봉투를 받은 사람들에게 받은 금액의 50배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30억원대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지역 유지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으러 검찰청을 드나들 처지가 되면서 지역 일대가 순식간에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다. 이와 같은 2015년 조합장선거시 후보자 매수 및 기부행위는 전국적으로 286건이 있었다.

이 같은 사건들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선거는 그 무엇보다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선거로 뽑힌 당선인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뽑힌 기간 동안 대표자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합장이라는 위치는 해당 지역의 돈과 힘이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당 조합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행사하는 자리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0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금, FTA 등으로 갈수록 위축되는 농·수·축산업 즉, 1차 산업을 지키는 보루이기도 한 ‘조합장’의 자리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장을 뽑는 선거는 흔히 들리는 ‘5억 당선, 4억 낙선’ 이른바 ‘5당4락’이 되어선 안 된다. 대신 각 후보자의 능력 그리고 조합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 후 투표하여 제대로 된 조합장을 뽑아야 한다.

오는 3월 13일에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다. 각 조합의 유권자들은 조합의 튼튼한 뿌리 역할을 할 조합장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 때 ‘금품’과 ‘부정’은 깨끗이 털어버리고, 후보자의 조합을 위한 ‘정책’과 후보자의 ‘자질’을 잘 보고 선택한다면, 그 조합이 앞으로 4년 동안 맺을 열매는 분명 크고 멋질 것이라 확신한다. 3월 13일, 튼튼한 조합을 위한 소중한 한 표 행사하길 바란다.

권기룡 울주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