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수소(水素) 같은 여자’
③ ‘수소(水素) 같은 여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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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선도도시 울산’ 릴레이 특별기고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 ‘산소 같은 여자’라는 화장품 광고로 유명해진 연예인이 있다. 당시만 해도 산소(酸素)는 생명에 꼭 필요한 원소이고 어디에서든 존재감이 있으며 숲속의 신선함과 청순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그 광고 카피가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산소 같은 여자’, ‘산소 같은 피부’라고 쓰지 않는다. 산소가 혈액 속의 필수원소이긴 하지만 생명체의 조직 내에서 과잉산소는 유해물질인 활성산소로 작용해 노화와 악성 종양 등을 유발하여 꼭 제거해야할 물질로 알려져 있다. 반면 최근에는 이런 활성산소를 제거해 조직의 기능을 환원시켜 주는 물질로 수소(水素)가 뜨고 있다. 수소는 강력한 환원제로 활성산소와 급격히 반응해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 전 세계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탈화력발전을, 원자력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원전을 외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과 보급·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히 울산은 지난 1월 17일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하면서 수소산업의 중심임을 대내외에 확고히 알리게 되었다. 다시 울산이 수소산업과 연관산업 발전의 선두로 나서게 되어 반갑기도 하지만 앞서가기에 어렵고 힘들기도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은 모방과 응용도 빠르지만, 작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탁월한 나라다. 분명 배울 것이 많은 나라다. 미신을 과학으로 만들고 과학을 신앙처럼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산업만 해도 자화수니 육각수니 하면서 모든 질병을 물로 다 고칠 수 있다는 학설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적외선이 많은 흙이나 암석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하다가 라돈의 방사능에 묻히기도 했다.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이런 일들이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물에서 공기로 옮겨진 지 오래다. 일본의 경우 산소의 농도가 조금 높은 산소방에서 쾌적한 잠을 자면 건강하다 하여 일본에 출장 갈 때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산소 과잉으로 생긴 활성산소는 오히려 부작용 때문에 유해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수소가 함유된 수소수가 상업화되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소샘이라는 캔음료가 나오고 수소마스크팩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다. 필자도 수소샘 물을 마셔보았다. 사실 수소는 무색, 무취이기에 물맛밖에 없다. 당연히 첨가물을 넣지 않으면 물맛만 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소산업이라고 하면 수소자동차와 수소발전만 알고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줄 알지만 일본과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작지만 세밀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점은 일본을 배울 필요가 있다. 수소는 금속산업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우리가 쓰는 동전이 처음 나올 때는 반짝거려 금화나 은화같이 보인다. 이런 반짝임은 동전을 찍어내고 최종 후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소로 표면을 고온으로 환원시켜 금속의 고유한 색깔을 내기 때문이다. 철을 제조할 때도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려면 수소환원철 공법이 필요하고 다량의 수소가 사용된다. 항공우주산업에도 필요하다.

산업은 생물과 같아서 생장과 성장, 소멸을 반복한다. 상업화에 대한 아이디어나 시작은 누구나 가능하고 성장과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수소산업의 잘못된 견해가 오히려 수소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역규제가 될 수 있다. 울산에서도 수소도시 울산의 브랜드를 내 보면 어떨까. 수소고래비누, 수소빵, 십리 수소대밭, 수소산업 투어, 수소산업 창업밸리, 수소 같은 여자(영화) 등등….

경제가 어렵다고 쫓아만 가고 흉내만 내면 추적자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의 산업 흐름을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울산은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산업수도다. 세계경제는 온실가스 저감과 선제적 규제와 표준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움직이고, 먼저 만든 나라 이외의 국가는 쫓아갈 수밖에 없다. 수소산업은 모든 산업을 바꿀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한 조각, 한 조각씩 맞추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소가 미량 녹아 있는 캔음료가 나오리라고 누가 생각했는가. ‘수소산업의 날’ 지정에 있어 수소는 물처럼 우리 곁에 유용하고 유익한 물질이라는 인식의 발견을 울산시민에게 널리 전하고 싶다. 울산에서 ‘수소 같은 여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전지소재기술센터장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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