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피해자 조사·기록, 市가 나설 차례
징용피해자 조사·기록, 市가 나설 차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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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독립만세의거 100주년 기념일을 아흐레 앞둔 20일, 울산시의회 다목적회의실에서는 매우 시의적절한 행사가 하나 열렸다. 울산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와 시의회가 마련한 ‘울산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보고 토론회’가 그것이다.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주목할 만한 발언은, 울산지역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삶에 대한 기록을 발굴·보존하는 사업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제안자는 ‘8개월 조사’의 결실인 ‘울산지역 징용피해 생존자 현황’과 ‘피해자 후손 찾기 결과’를 공개한 정영희 울산겨레하나 집행위원장이었다.

그는 조사를 해보니 국가기록원에 등재된 사람보다 등재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고 했다. 강제징용을 증명할 만한 자료가 훼손됐거나 인우보증을 서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징용피해 생존자를 찾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전혀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국가)는 징용피해자 개인의 삶을 기록하거나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지자체도 ‘국가사무’라며 고개를 돌렸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3·1의거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는 정부도 지자체도 남다른 각오와 행정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울산시가 전혀 성의를 안 보였다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삼일절에 때맞춰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울산대공원 동문에 세울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만 해도 어딘가.

하지만 그 선에서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 울산시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할 일은 정영희 위원장의 말 속에도 녹아 있다. 그는 울산시가 징용피해자 6천여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징용 실태보고서 하나 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책임을 ‘징용 피해자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해온 국가와 사회’에 돌리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역대 울산시장들이 ‘겨레’니 ‘민족’이니 ‘조국’이니 ‘독립’이니 ‘통일’이니 하는 말과는 높은 담을 쌓아온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필요가 있고, 또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정부에 기댈 것도 없이 울산시가 할 일은 또 하나 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울산지역 징용피해 생존자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분들의 증언을 채록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그분들의 살림형편을 살펴서 도움의 손길이라도 뻗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울산겨레하나’란 단체가 조사한 결과 울산지역 징용피해 생존자는 지난 2017년 3월에는 55명, 2018년 3월에는 45명으로 집계됐다. 징용피해 생존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느긋하게 시간을 축낼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정영희 위원장의 다음 말은 음미할 가치가 다분하다. “지금이 비록 늦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징용의 역사를 하나하나 기록, 정리, 연구하고 기억해서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역사를 바로세우는 출발점이자 올바른 역사청산을 위한 밑거름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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