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 풍요로움을 담다
대보름날, 풍요로움을 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2.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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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어릴 적 부르던 친숙한 이 동요는 보름달만 보면 저절로 술술 입에서 나와, 내 마음을 맑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그뿐만 아니다. 내 얼굴까지 보름달처럼 환하게 만들어준다. 금세 희망에 가득 찬 어린아이의 모습이 된다. 보름달을 보며 동요를 부르다보면 소망하는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보름달에는 신기한 에너지가 있는 것일까? 둥글고 커다란 넉넉함으로 우리의 힘든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새해 들어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다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 대보름은 예로부터 한해의 행운과 풍년을 빌고 나쁜 운을 몰아내는 중요한 명절이었다. 달이 상징하는 풍요의 의미를 마음에 품고 건강한 미래를 소망하는 긍정의 기운이 가득한 날이다. 대보름에는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든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밤, 호두, 은행 등 부럼을 깨물며 건강을 기원한다. 또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보름새우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하고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에는 한해의 행운과 풍년을 기원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가득 담겨있다.

요즘은 다들 경기가 너무나 안 좋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서 한탄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걸 느끼시냐는 물음에 많은 분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요, 고객이 많이 줄었어요.”

“차이가 많이 나지요. 사람들이 돈을 안 써요.”

중소기업의 어느 대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재정상 많은 직원을 떠나보내야 했다고 내게 고백하기도 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분들이 실직했다. 힘든 상황은 비단 특정 지역만이 아니다. 온 나라가 한 목소리로 힘들어한다.

바로 이러한 때, 대보름을 맞이하였으니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할 말이 많지 않겠는가. 나는 이렇게 빌어보련다.

“달님!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달님!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몸을 건강하게 해주세요.”

“달님! 서로 좋은 관계로 소통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세요.”

“달님! 소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도와주세요.”

그러고 보니 이것은 어렸을 때 달을 보며 빌었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달님! 엄마, 아빠 오래 살게 해주세요.”

“우리 식구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달님! 동생이랑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게 해주세요.”

“공부 잘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커서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우리나라 곳곳에서 달을 보며 빌 우리의 소원도 모두 한가지일 것이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대보름에 뜨는 보름달은 새해의 첫 보름달이다. 첫 시작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하지 않는가.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음의 출발을 잘 해볼 일이다. 풍요의 상징인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과 밝은 정신으로 힘든 현실을 잘 헤쳐 나갈 일이다. 그리하여 경기가 잘 풀리고 서로서로 잘 소통하며 함께 행복하기를 희망한다. 대보름을 맞아 여기저기서 행해지는 갖가지 놀이와 다양한 음식을 통해 액운을 물리치고 올 한해 행운이 가득하여 우리 모두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작아졌다가도 점점 차오르는 달과 같이, 삶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풍요의 발걸음을 내딛고 보름달처럼 큰 희망으로 마음을 꽉 채울 일이다. 그리하여 생을 환하게 밝힐 일이다.

“영아, 밥 먹으러 와! 음식 해놨어.”

해마다 대보름이면 전화를 해 오시는 엄마. 엄마 목소리는 달의 목소리를 닮았다. 보름달처럼 품이 넉넉한 사랑의 소리.

“영아, 달 보러 가자. 소원을 빌어야지.”

평생을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고도 아직 빌 것이 남은 엄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손을 합장하고 달과 눈맞춤을 할 것이다. 새해 첫 보름달과 첫 데이트를 하며 풍요의 기운을 가슴에 가득 담을 것이다.

‘달 달 무슨 달, 풍요 품은 밝은 달, 어디 어디 떴나, 우리 마음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희망같이 환한 달, 어디 어디 떴나, 우리 사회에 떴지.’

구경영 북토크쇼 꽃자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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