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위주교육 벗어나고 지자체 지원 있었으면”
“체험위주교육 벗어나고 지자체 지원 있었으면”
  • 김정주
  • 승인 2019.01.29 2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원학 울산무인항공기술교육원 원장(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울산과학대 홍원학 교수.
울산과학대 홍원학 교수.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어눌에 사는 3살 난 케이시 어린이의 말에 구조대원들도 집안 식구들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흑곰이 자주 나타나는 숲속에서 실종 이틀 만에 구조된 이 어린이가 표정 한 번 안 바꾸고 “곰이 보호해 줘서 살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구조수단이다. 외신은 케이시를 구하는 데 동원된 구조수단이 헬기와 전문다이버, 그리고 드론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총아 대열에 이름을 올린 드론(drone)은 그 쓰임새가 무척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무한대’란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1월 중순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마련한 ‘해상선용품 드론 운송시스템 구축사업 중간보고회’에서는 울산에서 세계 최초로 해상 선박용품의 드론 운송 시대가 열린다 해서 화제를 모았다.

이날 울산시 관계자는 드론의 용도에 대해 몇 마디 했다. 세관용 감시, 환경감시, 해양감시에 쓰일 다목적 감시 드론, 선용품 운송 등에 쓰일 물류 특화 드론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용 드론 기술의 개발과 서비스 수요의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아울러 전국적인 드론산업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드론 전문기업들과 공동과제를 발굴해서 울산에 드론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2015년 첫 시험비행 보기좋게 실패

그렇다면 울산의 드론산업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그 현주소가 궁금해 지난 25일 울산과학대학교 서부캠퍼스 창의혁신관 4층에 자리잡은 ‘울산무인항공기술교육원’(=드론기술교육원) 사무국을 찾았다.

이날은 때마침 부산 벡스코에서 사흘간 열리는 ‘드론 쇼 코리아’ 행사의 첫날이었고, 교육생들의 단체견학이 예정돼 있었다.

반갑게 맞이해준 사람은 경북대 대학원을 나온 홍원학(52,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공학박사) 원장만이 아니었다. (주)울산무인항공 소속 최무환(54)씨와 김현호(44)씨도 안내에 힘을 보탰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울산무인항공기술교육원 설립 인가를 내준 시점은 지난해 6월. 교육생은 매기 12명씩, 지금까지 36명이 전문 교육과정을 이미 마쳤거나 현재 거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울산과학대의 드론에 대한 애착은 2015년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이 대학 허정석(66) 총장의 끈질긴 집념이 드론기술교육원의 오늘을 탄생시켰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홍 원장이 싱긋 웃으며 에피소드 하나를 꺼낸다. “2015년 12월이었을 겁니다. 한 달 밤샘고생을 한 끝에 시험 삼아 한 번 날려 보았는데 글쎄,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그만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지 뭡니까.”

그래도 ‘도전정신’이란 사전에 ‘단념’이란 단어는 없었다. 동아리 학생들과 처음으로 드론작품 전시회에 참가한 것도 바로 그 무렵. 시행착오는 최소한 ‘2년’이 정답이었고 그 결과로 얻은 것은 든든한 내공이었다.

당시는 드론이 국내에 알려진 초기였던 탓에 그만큼 경험 쌓을 기회도 흔치 않았다. “인터넷으로 외국 자료를 훑어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지요.” 스승 역할을 한 것은 정보교육 사이트인 ‘다이드론닷컴’(diydro nes.com)이었다.

홍원학 울산무인항공기술교육원 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수강생들과 드론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홍원학 울산무인항공기술교육원 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수강생들과 드론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대부분 4·50대, 교육원 출신 필기면제

그 무렵 드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만든 교내 동아리가 있다. 2015년 10월 날개를 단 후 지금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는 ‘융합드론 동아리’가 바로 그것. “처음엔 전기전자공학부 학생들이 주도하다가 차츰 기계나 컴퓨터 전공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지요.”

동아리 학생들은 드론 경진대회에도, 작품 전시회에도 꾸준히 출전, 감각을 익히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에는 부산 벡스코 행사장에 ‘울산과학대 융합드론 동아리’ 이름으로 전시부스를 따로 차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드론조종 국가자격증’을 딸 수 있는 드론기술교육원에는 들어갈 엄두가 쉬 나지 않는다. 수업료가 300만원을 웃도는 탓이다. 그래서 교육원 측이 구상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과학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생 선발이다.

드론기술교육원은 현재 자격증을 가진 교관 4명을 확보하고 있다. 교과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이론 20시간+시뮬레이션 20시간+실기 20시간을 합쳐 총 60시간을 거쳐야 수료증과 국가자격증 취득 기회가 주어진다. 교육기간은 주중 3주 과정 또는 주말 7주 과정. 주말 7주 과정은 직장인에 대한 배려 성격이 짙다.

교육생의 평균나이는 40~50대. 이들 중에는 퇴직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다들 새로운 직종과 창업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전 교육과정을 마친 수료생 5명은 최근 창업 준비로 하루하루가 기대와 설렘으로 벅차다. 농업방제, 항공촬영, 교육서비스를 주된 일거리로 잡아두었다. “처음엔 회사 이름을 (주)DTS라고 짓더니 최근엔 ‘드론 날다’로 누구나 알기 쉽게 바꿔 지었다고 합디다.”

드론 조종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이론 시험과 실기 시험 두 가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국가공인기관인 드론실기교육원을 나오면 실기시험이 면제되는 특전이 따른다. 실기시험은 국토부 파견 감독관이 입회한 가운데 과학대 서부캠퍼스서 시험장에서 진행된다. 다만 울산에 6개 남짓한 사설 강습소는 필기, 실기 과목을 다 소화시켜야 한다.

3주 교육과정 마치고 나면 매월 1회씩 국가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지금까지 벌써 6회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합격률이다. 지금까지 수료생 36명이 시험에 응시해 34명이 자격증을 땄다니 자격증 취득률이 자그마치 94.4%나 된다.



학교교사·경찰관 문의도 점점 느는 편

드론에 대한 울산지역의 수요는 실로 무궁무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들이 안전에 매우 취약한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비하자면 잠재적 수요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울산에는 전문교육기관이 과학대 교육기술원이 유일하고, 사설들은 미덥지 못하다는 지적이 따릅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을 희망하는 시민들은 부산이나 대구, 심지어는 서울까지 가기도 한답니다.”

경찰 쪽 수요도 늘어나다 보니 경찰관서에서 동아리가 자연스레 생겨나기도 한다. 울산 남부·중부·동부서 등 경찰조직 내 드론동아리 회원은 줄잡아 10여 명.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실정.

잠재적 수요가 엄청난데도 갈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분야 중엔 교육현장도 포함된다. 초·중·고 선생님들도 드론 교육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드론기술교육원에 걸려오는 교사들의 문의·상담전화 횟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홍원학 원장은 나름대로의 구상이 있고 이는 허정석 총장도 공감을 표한 바가 있다. 앞으로 교육생을 늘릴 수 있게 교관을 증원하고 부지를 확충하는 일이다. 지금 형편으로는 매기에 12명밖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상 속에는 과학대 동부캠퍼스의 축구장을 비롯한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드론 교육 이수 후 취업여건이 좋아지면 학과 신설도 검토할 만한 일이다.

미개척분야 드론수리업 ‘유망직종’

유망 직종에는 드론 수리업도 있다. “다른 지방에서 자주 하는 시합 가운데 드론 레이싱이란 게 있지요. 그런데 공중에 날리다 보면 드론 10대 중 8대는 추락해서 망가지기 일쑤입니다. 문제는 정비할 수 있는 인력이 없거나 모자란 겁니다.”

홍원학 원장은 울산지역 드론산업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지자체 차원의 지원사격을 아숴워한다. 그는 또 ‘사족’이라면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드론 교육은 체험 위주로 이뤄어지고, 대학 교육도 아직까지 실무에 접목할 만큼 교육환경이 갖춰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드론은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드론 비행 및 운영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드론 NCS 직무교육은 드론 비행 및 운용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실무응용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기에 각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는 홍 원장. 그는 신지은(50) 여사와의 사이에 1녀 1남을 두고 있다. 장녀는 올해 부산교대를 졸업하고 교원 임용을 앞두고 있다. 아들은 올해 경북대학교 전자과에 입학했다. 어린 시절을 부산 수정동에서 보냈으나 청소년기에 대구로 옮겨 가 살았다. 취미는 영화와 음악 감상.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