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임단협 잠정합의까지 해놓고 왜?
현대重, 임단협 잠정합의까지 해놓고 왜?
  • 이상길
  • 승인 2019.01.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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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문제 대립에 4사1노조까지 불만 고조

현대중공업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 잠정합의안까지 마련하고도 조합원 찬반투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상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잠정합의가 늦어지면서 절차상으로는 노조의 4사1노조 규약에 발목이 잡혀 조합원 찬반투표가 지연되고 있지만 일렉트릭 노사의 갈등 요인이 쉽게 해소될 사안이 아니어서 자칫 설 명절 전 타결도 힘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 꼬일 대로 꼬인 현대일렉트릭 해고자 복직문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전환배치와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이에 반발한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현 현대일렉트릭) 소속의 노조 간부 전명환씨를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자 회사 측은 2017년 2월 전씨를 해고했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 1심이 모두 전씨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봤으나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이 문제는 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단체협약 조항을 근거로 사측에 전 씨의 복직을 요구하면서 최대 쟁점이 됐다. 단체협약 34조 3항에 따르면 ‘회사가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일단 초심 결정에 따라 부당징계 해지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회사가 단협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이번 일을 단순한 복직 문제를 넘어 노사 간 신뢰의 문제로 보고 물러설 태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회사는 아직 항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씨를 복직시킬 경우 항소심에서 미리 패배를 선언하는 것과 같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회사는 임단협 협상에서 전씨의 복직문제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부당하며 별도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근본적으로는 단체협약 34조 3항 자체가 항소심 이상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개정돼야 할 조항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최근 중앙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지난해 임단협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오로지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는 사측에 있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측이 단체협약을 준수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임금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해고자 복직 문제로 교섭을 지연시키는 것은 임금협상 취지에 맞지 않다”며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해고자 복직 문제는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 노사 대립에 노노갈등까지… 설 전 타결 ‘빨간불’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4사 1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이 함께 조합원 찬반투표를 치룰 수 있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7년 4월 경영개선 차원에서 기존 하나였던 이들 회사들을 4개로 분리했다. 하지만 회사의 4개사 분리가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본 현대중공업 노조는 분사 뒤 얼마 후 대의원 대회를 통해 4사 1노조 규약을 통과시켰다. 4개사로 분리됐지만 노조는 하나라는 것. 하지만 이 4사 1노조 규약은 시행된 지 2년 동안 계속 부작용을 양산하면서 현장에서는 폐기 여부를 놓고 노노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은 2016·2017년 통합 임단협 과정에서는 분리돼 나간 3개사의 임단협은 찬반투표 결과 모두 가결되면서 타결됐지만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부결되면서 3개사에 임금과 타결금이 제때 지급되지 못해 3개사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임단협에서는 반대로 현대중공업이 노사 양측 양보로 지난해 말 극적으로 수정 잠정합의까지 이뤄냈지만 현대일렉트릭의 해고자 복직 문제에 발목이 잡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지주와 현대건설기계의 조합원 찬반투표는 20일이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에서는 피로도 누적 등으로 4사 1노조 규약의 폐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의원 대회를 통해 결정된 4사 1노조 규약을 조합원 총회에 붙여 폐기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까지 올라와 노노갈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20일 노조 게시판에는 한 조합원이 ‘4사 1노조 조합원 임시총회하자’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조합원은 “4사1노조처럼 조합원에게 중요한 사항은 대의원 대회로 결정하지 말고 노동조합 최고 의결 기구인 조합원 총회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4사1노조 규약이 2017년 당시에도 대의원 대회에서 한 차례 부결됐다가 다시 안건으로 재상정돼 통과됐던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최근 노조 게시판에는 4사 1노조 규약을 폐지하자는 쪽과 유지해야 한다는 쪽 간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역 한 노사 전문가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양보를 통해 극적으로 수정 잠정합의까지 도출했을 때만 해도 지난해 임단협은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렉트릭 해고자 복직문제가 끼어들면서 설 전 타결도 낙관하기 힘들게 됐다”며 “특히 해고자 복직문제의 경우 노사 양측 간의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있어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지 않으면 교착상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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