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호랑이생태원, 각계 우려 잘 살피길
울주 호랑이생태원, 각계 우려 잘 살피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1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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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울주군수가 큰 꿈을 실현에 옮기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해 벽두 울산 전체가 호랑이의 포효(咆哮)로 들썩이는 느낌이다. 이 군수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영남알프스 일원에 ‘사육공원’ 개념의 호랑이생태원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하반기, 소문으로만 들리던 ‘호랑이의 꿈’이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다. 우리 전래동화 속에 숱하게 등장하는 토종 ‘백두산호랑이’(일명 ‘시베리아호랑이’)가 남한에서 멸종된 것은 100년에 가깝다.(1922년 경북 경주군 대덕산에서 1마리가 사살됐다는 기록이 마지막이다.) 그래도 러시아 연해주나 북한 접경지대의 삼림 속에서는 소수의 무리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야생 백두산호랑이는 중국 당국의 보호정책으로 증가추세에 있긴 해도 개체 수는 수십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2015년 3월에는 27마리로 추산된 바 있다.)

시민들이 얼핏 느끼기에 이선호 군수의 ‘호랑이의 꿈’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백두산호랑이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 들여와 어느 넓이의 공간에서 키우겠다는 건지 감(感)이 안 잡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좁은 동물원 우리가 아니라 비교적 넓은 수목지대에서 백두산호랑이를 볼 수 있는 곳이 남한에도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속의 ‘호랑이 숲’이 바로 그곳이다.

여행가들은, 호랑이 숲이 고압전기가 흐르는 철책에 둘러싸여 있긴 해도, 이 수목원에 기대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은 전적으로 ‘호랑이 숲’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이 군수의 꿈이 전혀 허황되지 않을뿐더러 군(郡)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벤치마킹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봉화군 수목원 측은 원래 백두산호랑이 암수 한 쌍을 들여왔으나 1마리는 이미 죽어 박제품 신세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수목원 측은 암수 한 쌍을 더 들여와 현재 3마리가 더불어 살고는 있다. 그러나 이들 호랑이는 제각기 나이가 17년산, 13년산, 7년산이어서 노령화 극복 조치가 시급하다. 여하튼 수목원 측은 개체 수를 10마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선호 군수의 결단은 영남알프스학교를 운영하면서 ‘호랑이 전문가’로 통하는 배성동 작가(‘소금아 길을 묻는다’의 저자)의 영향이 크다. 호랑이 생태원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해 11월과 12월 독일 라이프치히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따라 찾아가 호랑이와 표범 관련 시설을 둘러본 것도 모두 배 작가의 조언과 권유 때문이었다. 울주군은 오는 16일 군의회 의원들과 함께 경북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호랑이 숲’을 견학하면서 건립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청사진을 최종적으로 매듭짓기에 앞서 반드시 유념할 일이 있다. ‘위험할지 모른다’는 시민적 우려와 가두어 키우는 것을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줄 대안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일이다. 아울러 이번 사업의 목적을 ‘관광객 유치’에만 두지 말고 ‘종(種)의 복원’이라는 학술적 명제도 같이 접목시켰으면 한다. 군 관계자의 말은 그런 기대를 믿음으로 바꿀 것 같다. “호랑이생태원을 호랑이의 행동패턴도 반영시킨 친환경적 구조로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이 군수의 꿈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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