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하배관, 과연 ‘화약고’ 인가?
울산 지하배관, 과연 ‘화약고’ 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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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하배관 안전사고가 경쟁하듯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울산에서 스팀배관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니 겨울철이 되자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인명까지 앗아간 온수배관 누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유사사고가 부산과 서울 목동 등 전국 각처에서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9월 스팀배관 사고 당시 울산 지역신문들은 1면 헤드라인을 ‘화약고’ 혹은 ‘지뢰밭’ 같은 단어로 장식해 지하배관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울산 지하배관은 과연 ‘화약고’ 수준으로 위험한 걸까?

지하배관의 안전에만 25년 넘게 종사해온 필자가 보기에는, 지하배관이 매우 안전하다고 장담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화약고’ 혹은 ‘지뢰밭’ 수준일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극도로 위험한 수준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언급할 때 항상 등장하는 비교대상 중엔 ‘여수 석유화학단지’와 ‘독일 바스프 화학단지’를 비롯한 해외 석유화학단지 등이 있다. 비교의 끝은 항상 울산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수만 하더라도 처음부터 지하배관을 최소한으로 하고 파이프랙 위에 배관을 얹어 배관이 부식이나 타공사(=다른 목적으로 도로 굴착 공사를 하다 주변 지하배관을 파손하는 사고를 일컫는 말) 혹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고, 독일 바스프나 싱가포르 등에 있는 석유화학단지는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 계획적으로 건설되어 안전하다는 것이다. 울산에 있는 석유화학단지는 어떤 역사를 거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사업의 일환으로 지금의 석화단지에 최초의 석유화학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산업이 태동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이후의 일이다.

계속되는 석유화학 산업의 호황과 국내 경제발전에 힘입어 석유화학 공장들이 계속 건설되면서 지금의 문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공장 부지의 제약 때문에 2공장, 3공장은 1공장과 멀어지게 되고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급 배관이 필요한데, 지상배관은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므로 대부분 지하배관으로 원료 등을 이송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현재 시민과 자동차가 다니는 공도에만 약 1천800km의 지하배관이 깔려 있고, 이중 20년이 넘은 노후배관만도 600km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지하배관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 사건이 증명한다. 1992년 멕시코의 한 도시에서는 지하에 묻혀 있던 연료배관이 폭발하면서 200명 이상이 숨진 사고가 있었고,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는 가스 및 오일 배관이 누설되면서 2차 화재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이 손실되는 사고가 있었다.

또 2014년에는 대만 가오슝 도심을 지나는 프로필렌 배관이 누설되면서 연쇄폭발이 일어나 30명 가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적잖은 지하배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없어 다행이다.

하늘이 도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관련 종사자들의 헌신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얼마 전에 한 모임에서 울산 굴지의 석유화학 업체에서 안전을 수십 년간 담당했던 분이 한 말이 기억난다. “늘 애정을 갖고 돌보는 설비들은 절대로 안전사고가 안나요. 덜 돌보거나 방치한 설비들에서 사고가 나더라고요.” 아주 중요한 ‘팩트’이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하배관을 돌본다면 안전사고를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지금 너무나도 다행인 것은 울산 지하배관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역 공약사업으로 울산 석유화학단지 지하배관의 안전을 언급했고, 울산시 원자력산업안전과의 공무원들도 이것을 관철하려고 중앙부처와 국회를 오가며 예산이 반영되도록 혼신을 다하고 있으며, 산업자원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역본부에서도 국비를 지원하며 울산 지하배관의 안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시의회에서도 지하배관의 안전에 관련된 세미나를 열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과 남구 국회의원도 지하배관의 안전대책이랄 수 있는 파이프랙 사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최근 사업을 확정시켰다고 한다.

이 모든 상황을 울산 시민들은 기억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울산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의 노고를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언젠가는 안전사고가 ‘제로’인 시대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연말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세밑에 음지에서 울산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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