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울산보람병원 사태를 보는 우려의 눈길
남울산보람병원 사태를 보는 우려의 눈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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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연중무휴에 24시간 응급의료체계까지 갖추었다 해서 의료소비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던 종합병원이 어느 날 갑자기 ‘기능 전환’을 선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남울주(온양읍·온산읍·서생면) 주민들이, 21일에는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가 들고 일어났다. 인석의료재단은 재단이 운영하는 4개 병·의원(1곳은 위탁) 중 하나인 남울산보람병원의 문을 내년 2월까지만 열고 3월부터는 간판을 ‘요양병원’으로 바꾸어 달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재단의 기능 전환 이유는 ‘누적적자로 인한 경영난’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해명이다. 재단에 따르면, 남울산보람병원(울주군 온양읍 동상리)은 지난 2000년 문을 연 이래 적자의 늪에서 허덕여 왔고, 올해만 연간적자가 17억원, 총 누적적자가 140억원에 이른다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능히 짐작이 간다. 재단은 또 그동안 일부 병·의원의 적자를 그나마 형편이 나았던 산부인과 전문 울산보람병원(남구 신정동)의 수입으로 메워 왔으나 저출산 등의 여파로 이마저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고 호소한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울주군 지역이 ‘응급의료분야 취약지여서 받던 국가보조금도 끊길 위기라고 울상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남울주 주민과 국가산업단지 노동자들이 받게 될 정신적 스트레스와 박탈감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일 울주군청 앞에서 ‘남울산보람병원 기능 전환 반대’ 집회를 가진 남울주 주민들은 “주민 6만여 명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가 생겨도 응급조치조차 못하게 된다”며 울주군과 울산시가 이 문제를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한편 플랜트노조 울산지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남울산보람병원은 온산국가산업단지와 온산읍·온양읍·서생면 일대에서 응급의료시설을 갖춘 유일한 병원”이라며 “국가산단 노동자와 남울주 주민들의 진료권이 원천 박탈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울산지부는 이어 “중대재해와 응급상황에서는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며 울주군에 대해 “병원, 노동조합, 주민과의 대화를 거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울산시에 대해서는 “남울산보람병원이 응급의료기관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석유화학단지 및 온산국가산단 노동자와 의료낙후지역 주민들의 의료권 보장을 위해 근원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지부는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이선호 울주군수와 만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제 공은 울주군과 울산시로 넘어간 느낌이다. 양대 기관은 ‘화상병원 울산 유치’라는 원대한 꿈도 좋지만 당장 무엇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지 깨달았을 것으로 본다. 남울산 주민들이나 국가공단 노동자들이 더 이상 불안감, 박탈감에 젖어있지 않도록 속도감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인석의료재단은 ‘의료기관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 행정기관과의 대화에 열린 마음으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 재단은 이번 사태를 ‘돈이 되는 요양병원’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의료재단 설립취지에 합당한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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