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의 슬픈 사연
컵라면의 슬픈 사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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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검색어 가운데 ‘컵라면’이 올라오고 있다. 컵라면하면 우리는 간단, 편의를 떠올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다양하게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연상된다.

컵라면은 컵에서 라면을 보관, 조리, 시식 용기를 하나로 합친 혁명적인 음식으로 식료품을 파는 상점에 가보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중 하나로 거져 평범할 뿐이다.

컵라면의 면은 일반 라면보다 가늘고 일반 라면보다 전분류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끓는 물의 열만으로도 면을 익힐 수 있다. 종류 또한 수십 종에 이르면 다양한 맛을 선택할 수 있다.

조리법이 엄청 간단해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된다. 뿐만 아니라 냄비를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이런 이유 때문에 굳이 컵라면을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도 귀찮아서 일부러 컵라면을 먹는 경우도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컵라면의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컵라면을 일상의 식사처럼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고 있어 부모들이 항상 걱정을 한다. 특히 자식들이 대학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 지낼 때 이런 컵라면을 주식으로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만류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직장인들 가운데는 편의점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례는 허다하다.

이러한 컵라면 최근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 어려운 서민들의 끼니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시위 현장에 까지 등장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김용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손에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피켓과 컵라면, 그리고 과자 ‘홈런볼’이 들려있었다.

2년 전 구의역에서 숨진 19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보여줬는데 2년이 지난 최근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씨의 유품에도 그가 작업 중 늘 끓여 먹었다던 컵라면이 나와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재현장에서 불을 꺼다가 지친 소방관들이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 도로변에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나 수난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들을 수색하던 소방 구조대원들은 구조 작업 교대 후 비를 맞으며 쪼그려 앉아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모습은 왠지 우리들을 가슴 아프게 한다.

사실 컵라면으로 연상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일어난 19살 김모군의 죽음, 2년 6개월이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24살 김용균씨의 죽음은 너무 허망하다는 점과 우리사회가 아직도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의역 김군은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중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했고 김용균씨도 혼자서 컴컴한 컨베이어 벨트를 살피다가 변을 당했다.

조금만 더 안전에 신경 쓰고 규정을 지켰다면 피지도 못한 안타까운 청춘들을 먼저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기성세대들은 더 이상 늦지 않았다는 허울뿐인 말보다는 청춘들의 죽음 앞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컵라면의 슬픈 사연을 듣지 않는 날이 오기 기대한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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