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거짓말
  • 이주복 기자
  • 승인 2009.01.1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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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한 사유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란다. 좀 품위 있는 말로 ‘허위 사실 유포’이다. 법적으로 ‘전기통신법(제4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한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이 구속되었다는 뉴스는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나도 일상적인 생활에서 거짓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나의 지식과 정보가 모자라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접하는 지식과 정보 중에 거짓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했던 어떤 말들이 사실 관계에서 거짓으로 밝혀져 그것으로 인하여 처벌을 받게 된다면, 공개되는 말을 할 때마다 극도로 조심하거나 아예 말문을 닫아버리지 않겠는가.

정치인들은 종종 비유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다. 비유는 사실적인 논리 관계로 보면 일종의 거짓이다. 대체로 명확한 해명을 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이거나 사실 관계에 자신이 없거나 태도를 분명하게 하기 싫을 때 이런 수사(修辭)를 하게 된다. 비유적 정치 발언은 대부분 유추를 전제하고 있다. 표현은 비유로 끝나지만 자기 주장을 담고 있으며, 듣는 사람들도 결론을 추론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비유의 함축성, 모호성, 불명확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최근 어느 장관이 대통령의 주가 관련 발언은 ‘일기 예보와 같다’고 발언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적인 논리 관계가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되도록 비유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 주가 예측과 일기 예보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대통령이나 관계부처의 발언에 따라 요동을 치지만, 일기는 기상청의 발언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다.

거짓말이 현상의 본질을 왜곡할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광수의 ‘친일파의 변’이 그렇다. 이광수는 이 글에서 친일 행위를 한 사람은 호병(胡兵)의 포로와 같다고 한다. 호병의 포로로 끌려갔던 여자들을 ‘홍제원에서 목욕’하게 함으로써 모든 것을 씻어버렸듯이, 친일의 문제도 민족 모두가 ‘홍제원 목욕’을 통해 씻어버리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럴듯한 비유로써 친일 문제의 본질을 호도(糊塗)하고 있다.

호병의 포로와 친일한 사람은 그 본질과 양상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비유적 발언도 대체로 본질을 흐리게 한다.

거짓말이 범법 행위로써 문제가 될 때, 현행법상 그 핵심은 ‘공익(또는 타인의 이익)을 해할 목적’ 유무에 있다. 미네르바의 경우, 우선 거짓말의 성립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달러 요청 매수 금지령을 내릴’만한 정황 조건이 충족되어 있었고, 인터넷상에 이와 유사한 정보들이 떠도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거짓말과 ‘공익에 끼친 해악’의 인과 관계도 입증하기가 어렵다.

주가나 환율에 대한 대통령이나 관계부처 장관의 예측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그것에 ‘허위 사실 유포죄’를 묻지 않는 것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글 또한 마찬가지다. 더구나 미네르바는 권력을 가진 공인이 아니다. 설사 그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려고 하더라도 네티즌들은 쉽게 믿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검증 절차를 거쳐서 판단을 하며, 그 책임을 미네르바한테 지우지 않는다. 인터넷상의 정보가 100%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말에 대한 책임으로 따지면 일개 인터넷 논객에 불과한 미네르바보다는 정부 관계 부처의 책임이 훨씬 무거워야 한다.

/ 정호식 학성고 교사

/ 이주복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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