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비상상고’ 울산시도 대비하길
‘형제복지원 비상상고’ 울산시도 대비하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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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절의 대표적 인권유린 사례로 손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길이 근 30년 만에 열리게 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대법원에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확정판결 이후 29년 만에, 그리고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때로부터 31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이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음을 동시에 의미한다.

사망자만 ‘513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울산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 현재 울산에 거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울산시 차원에서 현황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를 공식적으로 시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일국의 검찰총장이 이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를 신청한 마당에 지자체가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듯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로 입을 다물거나 팔짱을 끼고 있어서 될 일은 아니다. 지자체에는 시민들이 가려워하면 긁어주고 억울해하면 풀어주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이 ‘8전9기’의 영광을 안은 배경에는 ‘인권변호사’란 이미지도 한 몫 단단히 했다는 것이 중론이고 보면, 울산시로서는 비상상고 이후의 상황 전개에 대비해 더 적극적으로, 더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법령위반이 발견되면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구제절차를 뜻한다.)

이 문제와 관련, 울산시 관계자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당사자가 울산시신문고위원회와 같은 신원(伸寃) 기구를 통해 억울함을 직접 호소한다면 사건의 진상 파악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방법을 설명한 데 지나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 것은 수뇌부의 결단과 선제적 대응이일 것이다.

60∼70대 일부 시민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이 울타리 밖으로 끌려나와 노역에 시달린 현장 가운데는 울주군 상북면을 비롯해 울산지역 몇몇 곳도 포함된다. 피해당사자가 아직도 생존해 있어서 증언 요청에 협조하고, 울산시가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면 사료적(史料的) 가치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차제에, 군사정권이 법 위에 군림하던 암울한 시절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교훈으로 삼게 하는 것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부산 북구에 자리한 전국최대 규모의 부랑인보호시설이었다. 이 시설의 근거는 박정희 정권이 만든 ‘내무부훈령 410호’였고, 표면적 운영 명분은 ‘부랑인 복지’였다. 수용자들은 주로 경찰 단속으로 끌려 들어왔고, ‘부랑인 선도’라는 허울과는 달리 연고지 있는 시민이나 직장인, 학생들까지 강제 입소를 시킨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시가 비상상고 이후의 상황전개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를 기대한다. 앞서와 같은 조언도 검토하고 중지를 모아서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이 땅에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이 다시는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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