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타고 떠나자
‘배려’를 타고 떠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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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자유로운 방랑자’라 부르고 싶다. 이 아름다운 만추의 계절이 조금이라도 머무를 수만 있다면 그의 마음 한구석이 덜 공허할 텐데…. 세월이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만유의 법칙이 아니던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면 될 것을 굳이 그는 먼 곳으로 향했다. 생을 좀 더 유토피아 같이 살 수 있는 거소가 없을까 해서다. 자의반 타의반 먼 곳 일산으로 훌쩍 떠났다. 누군가 그를 보고 그랬다. 당신은 그쪽이 운이 맞는다고…. 믿고 싶지 않은 점지지만 믿으려고 했다. 27년 전에 펼쳐졌던 신도시를 둘러싼 수많은 쟁탈전에서 마지막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학수고대한 그의 영원한 안방을 획득했으니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신도시의 희뿌연 개발먼지는 사라졌고 이젠 인프라가 잘 구축된 유토피아 같은 곳으로 변모되었으니 흡족해하는 것 같다. 무성한 숲과 그림 같은 가로수, 새소리 재잘거리는 아름다운 낙원을 가진 듯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아침녘 조용한 이곳을 출발하면 오후엔 활기찬 울산에서 전공학과 학생들을 가르친다. 일일생활권이라 이제 국내 어디든 왕래할 수 있다. 지하철, 열차, 버스를 번갈아 오르락내리락 하며 이동한다. 특별히 운동할 필요도 없다. 충분한 걷기운동이어서 건강에도 활력이 된다. 점심은 돼지수육 몇 점으로 상추와 쑥갓에 싸먹고 강의를 시작한다. 명강의는 아니지만 왠지 열강에 빠지니 하루가 보람차고 생기가 넘친다.

매일 이렇게 여행자의 기분으로 일상을 살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비록 하루하루는 행복스럽지 않지만 행복한 일을 하고 있으니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이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울산행 열차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동양적인 매너가 몸에 밴 듯 단정하고 어여쁜 승무원이 귀엽게 허리를 굽혀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10시 발 부산행 KTX 121열차입니다.” 건강미 넘치는 그녀의 자태와 친밀함이 승객들의 하루를 신선하게 해주는 것 같다. 드디어 출발이다. 빈틈없는 정각에 출발이다. 목적지 울산까지는 2시간 18분. 우리도 이젠 정확한 타임 테이블을 지키니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파이팅이다. 수분 후 한강철교를 지날 때는 가슴이 뻥 뚫린다.

유감스럽게도 열차 안 모습은 좀 다르다. 신문을 볼 때는 옆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전화를 받으려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고, 대화를 할 때는 기본 매너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배려’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예의덕목 중 하나다.

마음의 비타민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는 ‘배려’에 대하여 잔잔히 쓰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손길을 내밀고, 얼마나 많은 기도들이 당신을 위해 올려지고 있는지…. 당신이 무심히 지나쳐온 바로 그곳,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당신을 향한 배려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동감한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지 않은가! 오래전 88하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끝났고 월드컵축구도 온 나라를 열광적으로 불태웠다. 평창동계올림픽도 멋지게 추진하지 않았는가! 자고로 우리는 옛날부터 저력 있는 민족이지 않은가! 1인당 GNP도 3만 달러가 넘는 근면하고 우수한 국민이지 않은가!

우리는 왜? 아직도 배려 있는 나라, 행복한 나라가 되지 못했는가? 이젠 품위 있는 민족답게 글로벌화된 면모를 과시해야 할 때다.

다시 도시새마을운동이라도 한번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싱가포르의 무서운 태형을 도입해서라도 유토피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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