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담 스토리 - 토성의 고리는 우주의 결혼반지다
마카담 스토리 - 토성의 고리는 우주의 결혼반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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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낡은 아파트. 2층에 사는 스테른코비츠(구스타브 드 케르베른)는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으로 낡은 엘리베이터의 교체를 추진하자 유일하게 반대한다. 2층에 사니 자신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일이 없어 교체 비용에 자기 돈을 보태기가 싫었던 것. 해서 스테른코비츠에게는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명령이 떨어지지만 그는 걱정할 게 없었다.

헌데 세상일이란 게 참. 스테른코비츠는 새로 구입한 실내 자전거운동기구를 자동페달 모드로 사용하다 그만 의식을 잃고 꼬꾸라진 채 무려 100km를 달리고 만다. 심한 운동량으로 다리가 마비돼 결국 그는 휠체어신세를 지게 된다. 휠체어를 타게 되니 그제야 그는 엘리베이터 교체에 반대한 걸 후회하게 된다. 아무튼 그는 주민들의 눈을 피해 야심한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외출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야심한 밤에 한 병원에서 간호사(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아파트에는 10대 소년인 샬리(쥴 벤쉬트리)도 살고 있었다. 얼마 전 엄마까지 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그는 지금 고아다. 그런 샬리 옆집에 잔 메이어(이자벨 위페르)가 이사를 오게 된다. 한물 간 여배우인 잔은 얼마 전 아들을 잃고 슬픔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저런 일로 친해지게 된 둘은 잔의 집에서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함께 보게 된다.

아파트에는 알제리 출신의 할머니 하미다(타사딧 만디)도 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사랑스런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정신질환으로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래도 하미다의 표정은 늘 밝다. 한편 그 시각, 아파트 상공 너머 우주에는 NASA(미 항공우주국)의 유인 인공위성이 떠 있었다. 인공위성 안에는 우주비행사 존 메켄지(마이클 피트)가 홀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미국 NASA로 귀환하던 중 작은 구명정의 방향이 틀어지면서 그는 그만 그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게 된다. 불시착한 존은 하필 하미다 집 문을 두드리게 되고, 사람 좋은 하미다는 며칠 동안 그를 친아들처럼 대해주게 된다. 그게 고마웠던 존은 자꾸만 물이 새 부엌 바닥을 흥건히 적시는 싱크대 배관을 고쳐주려고 애쓴다.

같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세 쌍의 남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카담 스토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하미다의 집에서 며칠 동안 생활하게 되는 우주비행사 존이다. 그의 존재로 인해 이 영화는 한 편의 '도시 동화'로 거듭나게 된다. 마치 프랑스판 <러브액추얼리>같다. 우주비행사가 도심 한 낡은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한다는 설정 자체도 동화지만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마치 별세계로 만든다. 그 분위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로까지 이어져 우리들 삶과 세계를 전 우주로 확장시킨다. 그랬다. 하얀 우주복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 온 존은 바로 천사였다.

우주에 대해 묻는 하미다에게 존이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별을 하나의 구멍이라고 봤어요.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신(神)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했죠. 모든 어둠 뒤에는 언제나 위대한 빛이 있어요."

사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루저이거나 지독하게 외로웠던 것. 하지만 그 어둠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 마침내 위대한 빛으로 거듭나게 된다. 스테른코비츠는 사랑을 통해, 소년 샬리와 여배우 잔은 함께 영화를 보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또 우주비행사 존은 겉으로는 항상 미소 짓고 있지만 부엌 바닥에 흥건한 물처럼 아들 때문에 늘 울고 있었던 하미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어 준다. 그건 마치 '기적'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기적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황망한 이 우주에서 바로 '우리'라는.

아파트에 불시착한 존은 하미다 집 전화기로 NASA와 접촉을 시도하게 되고, NASA측에서는 존에게 비밀코드를 말하라고 한다. 그 비밀코드는 바로 이거였다. "토성의 고리는 우주의 결혼반지다." 어쩌면 진짜일지도. 어차피 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우주를 비롯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게 맞고 안 맞고가 아니라 믿고 안 믿고의 문제일 뿐이니까. 2015년 12월24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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