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울산, 조류 모니터링 일지’
10월 울산, 조류 모니터링 일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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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떨어지고, 날아오고, 헤엄쳐 올라오는 변화의 느낌 속에서 그렇게 떠났다. 떨어지는 것은 나뭇잎, 날아오는 것은 떼까마귀, 찾아오는 것은 가쁜 숨 헐떡거리며 고향으로 향하는 연어떼들이다.

떼까마귀는 지난달 14일, 떠난 지 6개월 만에 112 마리가 조심스레 모습을 보였다. 매년 어김없이 찾는 이유는 의식주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연어는 지난달 22일, 떠돌이 어생(魚生)을 살다가 그립던 태화강의 냄새를 잊지 못해 찾아왔다. 할머니, 어머니가 그랬듯이, 할아버지, 아버지가 그렇듯이 생명을 잉태하고 석 자 물속에서 영원히 잠들기 위해 낙안소지나 백천으로 올라왔다. 떼까마귀는 지난해보다 2일, 연어는 5일 빠르게 울산을 찾았다. 떼까마귀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았으나, 연어는 고향에서 생을 마감하러 왔다. 10월은 흩어졌던 찌르레기, 직박구리를 다시 무리 짓게 하는 계절이며, 필자에게는 결실의 달이기도 하다. ‘10월 울산, 조류 모니터링 일지’가 그것으로 사군탄, 강당지역, 삼호철새공원, 선암호수공원 등 울산 4개 지역이 그 대상이었다.

사군탄(범서대교·낙안소·사군탄·해연·구삼호교)지역 조류 모니터링(주 3회, 월·수·금 총 14회) 결과 발견된 조류는 12목 24과 42종 3천78마리로 집계됐다. 우점종은 붉은머리오목눈이 820마리(26.6%), 참새 409마리(13,3%), 직박구리 332마리(10.8%), 까치 273마리(8.9%), 흰뺨검둥오리 246마리(8.0%) 순이었다. 특이현상은 쇠제비갈매기, 쇠물닭, 물총새 등 여름철새가 늦게까지 관찰된 점이다. 반면 민물가마우지, 물닭, 논병아리,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쇠오리 등 겨울철새인 물새류는 작년보다 일찍 관찰됐다. 육지 조류로 때까치의 울음소리를 이곳저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강당(범서대교·구영교·천상·중촌·선바위·망성교·삼형제바위)지역 조류 모니터링(주 1회, 일요일 총4회) 결과 9목 19과 29종 2천938마리로 집계됐다. 우점종은 멧비둘기 693마리(23.6%), 참새 581마리(19.8%), 까치 542마리(18.5%), 흰뺨검둥오리 321마리(10.9%), 방울새 217마리(7.4%) 순이었다. 특이현상은 민물가마우지, 논병아리, 쇠오리, 청둥오리, 때까치 등 겨울철새의 출현 및 개체수가 증가하고 왜가리, 중백로, 쇠백로, 황로 등 여름철새의 마리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삼호철새공원(구삼호교·오산·십리대밭교·용검소·태화교) 지역 조류 모니터링(매일, 총 31회) 결과 발견된 조류는 10목 21과 39종 3만8천753마리로 집계됐다. 우점종은 떼까마귀 2만5천560마리(65.9%), 까치 4천422마리(11.4%), 백로 1천940마리(5.0%), 참새 1천666마리(4.3%), 찌르레기 1천243마리(3.2%) 순이었다. 특이점은 지난 14일, 떼까마귀 선발대 112마리가 삼호대숲에서 잠자고 소리 없이 날아오르는 현장을 부엉이 눈으로 발견한 일이다. 짙은 어둠속에서 포식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히 입을 닫고 순식간에 잠자리를 벗어났다. 매년 마리수가 적은 선발대에서 나타나는 자연적 현상이다.

선암호수공원 지역 조류 모니터링(주 1회, 매주 화요일 총 5회) 결과 발견된 조류는 10목 18과 29종 1천352마리로 집계됐다. 우점종은 흰뺨검둥오리 291마리(21.5%), 참새 213마리(15.7%), 직박구리 157마리(11.6%), 붉은머리오목눈이 131마리(9.6%), 양비둘기 97마리(7.1%) 순이었다. 특이점은 지난달 9일, 때 이르게 찾아온 원앙 26마리가, 23일에는 덤불해오라기 1마리와 댕기흰죽지 5마리, 홍머리오리 6마리가 각각 관찰된 일이다.

두루미 목 뜸부기과인 쇠물닭과 물닭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13마리, 10마리가 각각 관찰됐다. 이러한 자연 현상은 울산에서 학(鶴)을 복원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주로 낙동강 하구 을숙도 모래밭에서 번식하다가 경북 안동호로 번식지를 바꾼 쇠제비갈매기 2마리가 22일 관찰된 것도 소득의 하나였다.

매일 혹은 매주 같은 장소에서 관찰·조사하는 이유는 월별 및 기상의 변화에 따라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조류의 습성과 패턴을 읽기 위함이다. 이러한 관찰과 조사 기록을 꼭 남기는 것은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자신과 울산과 우리나라를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할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조사의 바른 자세는 그들의 삶에 최대한 끼어들지 않고 터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관찰, 조사하는 자세가 아닐까. 그리고 사람의 일생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천사는 스스로 일을 선택해서 실천하고 계속하는 사람일 것이고, 사탄은 나태(懶怠)·해태(懈怠)·방일(放逸)을 일삼으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일 것이다. 자기가 할일을 스스로 찾지 않고, 설령 찾았다 해도 미루거나 게으름을 피운다면 남다른 기쁨을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필자에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은 연인도 아니고, 손자·손녀도 아니다. 오직 두루미, 백로 그리고 떼까마귀와 같은 관찰대상 조류들이다. 부로(扶老)가 되어도 지속가능한 이 기쁨을 누가 알겠는가? 남들은 아마 나의 즐거움을 모를 거야!(人所不知吾所樂).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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