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鶴城)과 염성(鹽城)
학성(鶴城)과 염성(鹽城)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0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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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성(鶴城)은 울산의 옛 별호(別號=또 다른 이름)다. 염성(鹽城·옌청)은 현재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염성시를 가리킨다. 학성의 전적(典籍)인 『삼국유사(1281)』「처용랑망해사」조에는 개운포에 대해 ‘학성의 서남쪽에 있다(在鶴城西南)’고 했다. 『경상도지리지(1425)』는 901년(天復元年辛酉)에 학성(鶴城)이 쌍학(雙鶴)의 출현으로 신학성(神鶴城)으로도 불리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 염성은 장쑤성의 북부에서 중부 해안까지 걸쳐 있다. 하천, 호수 등 넓은 습지가 발달된 곳으로 물새, 어패류의 중요한 서식지다. 간석지(干潟地=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개펄)의 면적이 4천550㎢로 장쑤성 전체면적의 75%를 차지한다. 현재 간척(干拓=바다나 개펄을 메워 육지로 만드는 것)사업으로 공업도시로 발전, 변모하고 있다.

염성과 제주도는 수평으로 일직선상에 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염성이 두루미 월동지이기에 관심의 대상지였다. 놀랍게도 지난달 24일 울산 남구가 중국 장쑤성 염성시와 두 지역의 공동발전을 위한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를 계기로 학성과 염성의 공통점을 짚어본다.

첫째, 학성과 염성은 해안을 끼고 있는 습지다.

학성(鶴城)이란 이름은 ‘학의 나라’와 ‘습지’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사람이 살기 시작하기 이전부터 다양한 물새들이 주인으로 살았다. 현재에도 남아있는 양정(楊亭), 왕생(王生), 오치(烏雉), 치진(雉津), 거마(巨馬), 장검(長黔), 오대(烏大), 오천(烏川), 오정(烏庭), 굴화(屈火) 등의 지명에서 습지의 상징을 찾을 수 있다.

염성(鹽城)은 산이 없는 개활지로 양자강의 영향으로 하류에 넓은 습지가 형성돼 있다.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양자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끝자락에 장쑤성이 있고, 그 중심에 예로부터 소금으로 유명한 염성이 자리하고 있다. ‘장쑤(江蘇)’란 이름에서 장쑤성(江蘇省)이 습지대임을 알 수 있다. ‘江蘇’를 구태여 파자(破字)하면 ‘강(江)+수생식물(草)+물고기(魚)+벼(禾)’가 된다.

둘째, 학성과 염성은 한때 소금의 도시였다.

학성에는 ‘소금포구’라는 뜻의 염포(鹽浦)가 있다. 학성은 서생포, 마채, 부곡, 장생포, 삼산, 돋질, 명촌, 염포를 비롯한 많은 염전이 널려있어 ‘삼포(三浦) 개항’이란 역사적 사건을 만났지 싶다. 학성의 염포는 소금 생산 덕분에 부산포, 제물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개항지의 하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염성(鹽城)은 이름부터가 ‘소금의 도시’다. 과거 한나라 때는 소금도시로서 번성을 누렸고, 그 흔적이 염성이란 이름에 남아 있다.

셋째, 학성과 염성은 두루미의 고장이다.

1927년 1월 27일, 학을 생포했다.(조선일보.1927.2.7.병영), 1932년, 청량·범서 등지에서 학이 관찰됐다.(『울산군향토지』울산군교육회,1933), 2002년 1월 태화강 하류에 황새 2개체, 흑두루미 1개체 등이 관찰됐다.(울산시 태화강 하류의 철새 도래 양상, 이종남·이시완:한국조류학회지,2003), 멸종위기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조류인 흑두루미가 태화강 하류에서 관찰됐다.(박용목·이기섭:’태화강 철새서식지 보전 및 관리방안 연구’, 2010.9.15, 울산신문), 2017년 12월 12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의 한 미나리 밭에서 날개를 다친 재두루미 1개체가 구조됐다.(창녕 뉴시스, 2018.03.03.) 등의 자료는 학성에 두루미가 찾아온 실제 사례들이다.

염성은 ‘단정학 국가 자연보호구’로 지정되어 있다. 조망대 망학정(望鶴亭)에서 매년 두루미(1천여 마리),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넷째, 학성과 염성은 습지보다 공업을 선택했다.

학성은 1962년부터 산업도시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56년 전 산업단지 조성 설계를 맡은 프랑스인은 학성의 해안이 너무 아름답다며 공장을 짓기보다 자연 그대로 둘 것을 권유했다고 전한다. 염성은 2000년부터 시작해 하루가 다르게 중국의 신흥 공업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자동차 3개 공장 외에도 현대모비스 등 한국 굴지의 자동차부품업체 377개가 진출해 중한염성산업단지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세계적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는 줄고 있다. 자연에서 삶을 즐기고 보내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다. 학성의 과거와 현재는 어떠한가? 미래의 염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명심보감』「성심편」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이 실려 있다. “미래를 알려고 한다면, 지나간 일을 살펴보아라.(=欲知未來 先察已然)” 선진국일수록 자연의 가치를 경험에서 배우고 보전하는 이유를 이 교훈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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