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석 3조의 대기환경관리 방안
1석 3조의 대기환경관리 방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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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의 탱크 1기가 풍등의 불씨로 인한 화재로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 생긴 연기가 서울 북부로 확산되는 것이 서울 남부 도시에서도 관측되고, 불꽃이 사고지점에서 500미터 이상 떨어진 경의선 철도에서도 뚜렷하게 관측된 커다란 화재였다. 휘발유 440만 리터를 보관하던 이 탱크의 화재는 발생 17시간 만에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폭발하기 전 약 18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1차 대응을 하지 못한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울산시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보유한 도시로 원료·제품 저장탱크가 수없이 널려 있고, 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오일허브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유사한 사고의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울산시소방본부가 지난 14일 경계구간 설정 및 인력 배치, 풍등행사 안전기준이 포함된 ‘풍등화재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화재 센서 구축, ICT를 활용한 대응체계 구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필자는 이 사고와 관련해 조금 다른 시각의 가설을 갖고 있다. 사고 탱크에는 유증기 회수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탱크 안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끊임없이 밖으로 빠져나갔고, 1차 화재 때의 불씨가 유증기로 옮겨져 폭발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만약 유증기 회수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폭발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유증기를 꾸준히 회수할 수 있었다면 보관물질이 공기 중으로 유실되는 일이 없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었을 것이다. 유증기가 독성이 있고 대기 속에서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존이나 초미세먼지를 일으키는 휘발성유기화합물임을 알고 대처했다면 대기오염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7월 울산지역의 대기환경은 좋지 않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한 달 중 10일이나 ‘나쁨’ 수준을 나타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독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지역의 대기질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 기간에 울산의 대기환경이 악화된 것은 외부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대기의 정체로 외부로 확산되지 못하고 내부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가 더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울산시 주력산업의 한 축은 석유화학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와 그 생산품인 액체석유화학물질의 저장시설 및 저장량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오일허브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저장시설의 규모와 저장량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저장탱크에서 배출되는 유증기의 양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들은 폭발·화재사고의 잠재성이 있고, 대기환경 악화의 원인이 되며, 증발손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것이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상 저장탱크 내 휘발성유기합물의 증발·손실을 최소화하는 시설관리기준이 있으나 미흡한 면이 있어 진일보한 유증기 회수설비가 요구된다. 이 시설은 탱크의 완전밀폐로 생기는 유증기를 전량 회수·냉각시켜 보관제품으로 환원할 수 있다. 증발손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외부로 유증기를 배출시키는 일도 없어 대기오염 문제를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 대기오염방지시설의 하나인 유증기 회수시설을 설치한다면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시설의 설치와 운전에는 비용이 들겠지만 개인적 판단으로는 시설 안전과 지역주민 안전, 대기환경 개선에 따른 주민건강 확보 같은 부수적, 직·간접적 이익이 더 클 것이므로 도입을 둘러싼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영일울산발전연구원 정책연구실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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