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척’ 보조금 빼돌린 유치원 원장
‘일한 척’ 보조금 빼돌린 유치원 원장
  • 강은정
  • 승인 2018.10.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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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선고
44차례 1천200여만원 부정수급…
“비리 행태 빙산의 일각” 주장도
시교육청, 비리신고센터 가동
비리 유치원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수년 동안 교사로 근무한 것처럼 꾸며 2천여만원의 보조금을 타낸 50대 여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원장은 다른 사람 명의로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자신을 교사로 등록해 원장 자격 취득을 위한 경력을 쌓는 등 불법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해당 교육청 업무포털사이트에 채용한 것처럼 속이고 보고를 했음에도 이를 적발하거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교육당국의 허점도 확인됐다. 특히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밝혀진 내용들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비리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 이준영 판사는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6·여)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부산에서 유치원을 운영했고, 2016년 4월부터는 경남 양산시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유치원 실제 경영자로, 교사로 근무한 사실이 없으면서도 관할 교육지원청에 비담임 교사나 방과후 전담교사로 근무한 것처럼 속이고 보고해 총 44차례에 걸쳐 보조금 1천248만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2013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교사 B씨를 오전 11시부터 근무토록 하는 방과후 전담교사로 일하도록 해놓고도 교육지원청에 업무포털사이트에 B씨가 부담임 교사로 근무한 것처럼 보고했다.

A씨는 허위보고로 B씨가 교원 수당을 받으면,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6차례에 걸쳐 150만원을 챙겼다.

A씨는 재판에서 “원생 등하원 지도나 방과후 돌봄 업무를 보조했기 때문에 교사로 근무한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부 업무를 보조했다 하더라도 원장 지위에서 벗어나 교사로 근무했다고 할 수 없다”라며 “특히 원장의 비담임교사 겸직은 운영 학급수가 2개 이하일 때 가능한데 A씨가 운영한 유치원들은 4개, 8개 등의 반이 있어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요량으로 보조금을 부정 수급해 책임이 무겁고 부정 수급한 기간이 길고 횟수도 많다”라며 “다만 보조금 대부분을 환수했고,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건을 미뤄 보아도 사립유치원은 구조적으로 비리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맹점이 드러난다.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교육당국이 수많은 유치원을 다 감사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포털사이트에 내용을 등록하면 여과없이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치원 업계 관계자는 “원장의 자식들은 물론 친인척 등을 교직원으로 허위등록해 인건비 유용을 목격한 사례는 너무나 많으며 ‘안하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듣는게 이 업계의 현실”이라며 “가짜 영수증을 만들기 위해 교사들을 동원하는 등 행태가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한 유치원 교사는 “원장이 자기 가족들 차에 기름을 넣고 유치원 차량 유류비로 영수증을 처리하고, 1인당 10만원짜리 식사 등을 한 후 식비로 처리하는 등의 사례를 수차례 목격해도 눈감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직장을 잃게 될까하는 두려움 탓”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에서 제대로된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불거지자 울산시교육청도 사립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가동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종합감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번주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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