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소리 울리는 큰북… 억울한 일 있으면 찾아주십시오”
“시민의 소리 울리는 큰북… 억울한 일 있으면 찾아주십시오”
  • 김정주
  • 승인 2018.10.2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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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환 울산광역시 시민신문고위원회 위원장의사당 1층 로비에 태극무늬 큰북 '시선'출범후 민원 72건 접수, 방문신청 많아진술 녹음, 고질 반목 민원인 대응팀 등시와 협의해 악성민원 대응방안 곧 마련
차태환 울산시 시민신문고위원회 위원장.
차태환 울산시 시민신문고위원회 위원장.

 


옴부즈만 제도 시행 지자체 전국 34곳




“울산시는 6일 개방형 직위인 시민신문고위원회 위원장(4급 상당)에 차태환(61) 전국지방자치단체옴부즈만협의회 회장을 10일자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시민신문고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위원장 임기를 4년에 연임이 안 되게 하고 외부에서 공개모집으로 채용했다. 차 위원장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전문위원, 국민권익위원회 도시수자원민원과장, 서울 구로구 옴부즈맨을 역임하고 현재 전국지방자치단체옴부즈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생소한 용어 몇 개가 호기심을 자극한 지난 9월 6일자 한겨레신문 기사다. ‘신문고(申聞鼓)’야 어느 정도 귀에 익은 말이지만 ‘옴부즈만’, ‘옴부즈맨’은 아무래도 그 뜻이 가물가물하다. 의미도 알아볼 겸 인터넷(다음)을 뒤졌다. 의미가 좀 더 또렷해졌다.

‘옴부즈만’의 어원은 ‘대리인(agent)’이란 뜻의 고대 스웨덴어 ‘umbuðsmann’이다. 또 ‘옴부즈만 제도’는 위헌 또는 부정한 행정활동으로부터 비사법적 수단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제도’로 1909년에 세계에서 처음 채택한 스웨덴 의회가 선구자 역할을 했다. 스웨덴 법무부 ‘반부패과’의 알프 요한슨 검사가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스웨덴)에선 뇌물을 받지 않고 편의만 약속해줘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옴부즈맨(ombudsman)’은? ‘민원담당관’, ‘민원조사관’, ‘민원처리조사관’ ‘시민호민관(시흥시)’ 등으로 불리는 이 공직은 1800년대 초 스웨덴에서 처음 생겨났다.

의회에서 임명되지만 의회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특정 사건을 다룰 수 있으며, 정부와 개인 사이에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중재자가 되어야 하는 직책이다.

미국에서는 1967년 하와이 주에서 최초로 이 직책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각 부처 민원실이 이런 기능을 맡고 있고, 종합적인 기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옴부즈만 제도는? 기록들은 1994년 5월 20일(혹자는 4월 8일)이 뿌리 내린 날이라고 전한다. 국무총리 산하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두게 된 것.

2008년 2월 29일 국민권익위원회로 주소지를 바꾼 이 제도를 지금은 많은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고, 공기업 중에서는 코레일이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다음이 2002년에 이 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는 광역·기초를 합쳐 34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통령 4대 거친 ‘베테랑 옴부즈맨’



울산시 시민신문고위원회 사무실을 공식 방문한 것은 22일 오전. 국민권익위원회 도시수자원민원과장(2005∼2010), 서울시 구로구 옴부즈맨(2011∼2018. 9)을 거쳐 전국지방옴부즈만협의회 회장(2016∼2018)을 역임한 차태환(61) 위원장을 만나날 목적이었다. 그의 첫인상은 예리하고 정중해 보이면서도 지적 분위기 물씬한 안경이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옴부즈맨 세계에서 ‘차태환 회장’ 하면 ‘가장 관록 있는 베테랑’으로 통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부 때 공채로 들어가 자그마치 15년 경력을 쌓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베테랑 차’가 잠시 과거로 돌아가 말문을 열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가 처음 태동한 것은 YS 때였지요. 그 기초는 나중에 YS 비서실장을 지낸 김광일 초대 위원장(당시 변호사. 부산에서 송기인 신부와 함께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기도 했다.)이 거의 다 닦으셨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때 마련한 시스템이 지금까지 작동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비상임’이었던 김광일 초대 위원장에 대한 회고담은 조금 더 길어졌다. 그만큼 깊이 각인된 탓이리라. “현지조사가 필요하면 위원장께서 직접 질문거리를 만들고, 현지조사를 거쳐 해당기관에 자료를 요구하셨고, 현지조사 전에는 꼭 예비보고서를 먼저 작성할 정도로 빈틈이 없는 분이셨지요.”

그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근무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인연을 맺는 계기도 됐다.

“장관급 ‘상임 위원장’ 예우를 받은 것은 송 시장님이 처음이었지요.” 돌이켜보면 차태환 위원장의 옴부즈맨 이력은 YS, DJ(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을 거쳐 MB(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이어진 셈이다.



출범 42일 만에 민원 72건 들어와



차 위원장과 시민신문고위원 4인의 임명장 효력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 9월 10일. ‘작은 소리 큰 울림’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울산광역시 시민신문고위원회’가 출범을 신고한 이날, 울산시민들의 시선은 온통 울산시의회 의사당 1층 로비에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한 ‘시민신문고’란 이름의 큰북으로 쏠렸다.

태극무늬 선명한 이 큰북은 ‘1호 민원인’ 황상진 씨(70, 울주군 웅촌면)가 처음 울림으로써 위원회 출범에 무게감을 더했다.

시민신문고는 “시민의 소리를 직접 행정에 반영하겠다”며 송철호 시장이 내세운 지방선거 공약이자 ‘취임 후 결재 1호’ 사안이기도 했다. ‘울산시 홍보 블로그 ‘울산누리’ 기자는 위원회 출범의 의의와 기능을 홍보하는 기사를 홈페이지에 서둘러 올렸다.

“시민신문고위원회는 시민이나 기업의 권리와 이익이 침해되는 고충을 제3자적 입장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고 구제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일종입니다. 위원회는 차태환 위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공무원과 외부전문가 5명으로 구성됐고, 이분들의 임기는 4년입니다.”

“위원회는 시민감사 청구에 따른 감사와 고충민원의 조사·처리, 불합리한 행정제도의 개선, 청렴계약에 관한 감시·평가 등의 일을 하고 공무집행 과정의 비합리적 관행이나 부조리 개선을 위한 역할도 맡습니다. 울산시민이면 누구라도 위원회를 찾아 고충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출범한 지 1개월 보름도 채 안 된 10월 22일까지 민원이 얼마만큼 접수됐는지 궁금했다.

차 위원장이 말했다. “지금까지 72건입니다. 골프장에 편입된 사유지의 재산권 행사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민원 1호는 이미 해결이 됐고요.”

‘전화신청’보다 ‘방문신청’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다. 이번 주부터 홈페이지 신청이 가능해지면 민원 접수 패턴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연로한 분, 문자를 모르는 분, 신청에 불편을 느끼는 민원인들에게는 시민신문고위원들이 봉사정신으로 발품을 판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위원회에는 듬직한 실력과 경력의 위원 4명이 울산시민들의 고충을 풀어주고 있다. 수공학을 전공한 임용균 박사(62, 전 북구 건설과장), 자치행정 석사과정을 거친 조민종(62) 전 울산시 민생사법경찰과장)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한 김승호 박사(52, 울산대 겸임교수), 사회복지학과 소비자아동학을 전공한 오영은 전 울산시민연대 사무국장(39, 전 울산발전연구원 평생교육 업무 담당)이 그들이다.

23일 오후 위원회 사무실에서 차태환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울산시시민신문고위원회 전체회의.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매주 월요일마다 전체회의를 열고 한 주를 시작한다.
23일 오후 위원회 사무실에서 차태환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울산시시민신문고위원회 전체회의.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매주 월요일마다 전체회의를 열고 한 주를 시작한다.

 


출범초기엔 퇴근후·새벽에도 독촉전화

숨은 일화도 듣고 싶었다. 묵혀둔 얘기들이 누에고치처럼 풀렸다. “민원인 중에는 곧바로 돌아가시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고통 받은 이야기를 하소연처럼 털어놓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린 때도 있었지요. 점심시간이 겹치면 업무추진비로 구내식당 식권을 사서 식사 대접을 할 때도 있고….”

아직은 답답하고 제약적인 요소도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민원인의 양해를 얻어 당사자의 진술을 전화로 녹음하는 방법을 시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때 있었던 ‘고질반복민원 대응 팀’을 따로 만드는 방안 역시 시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위원회 방문객 중에는 민원의 ‘소개의원’ 역할을 하는 지방의원들의 이름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어떤 의원은 위원회 존립의 근거가 되는 조례(=‘울산광역시 시민신문고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 2018. 7. 26 발효)의 제정 자체를 반대하다가 지금은 매우 우호적으로 돌아선 분도 있다고 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 위원회의 도움을 받으려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 같다는 풀이가 뒤따랐다.

수도권 근무 당시의 일화도 살짝 꺼냈다. “악성 민원인 얘기인데요, 민원인 중에는 큰소리에 욕설에 폭력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우리 울산위원회엔 그런 일이 없어 큰 다행이지만….”

다른 민원창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민원처리의 효율을 높이려면 최소한의 에티켓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회 업무의 한계도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 말에 차 위원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민원이 존재하는 곳은 어느 한 곳이라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아 위원회가 세운 원칙이다.

“앞으론 시장실로 바로 올라온 민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내려준 민원도 맡아서 처리할 계획입니다. 다만 우리 위원회에서 고충민원, 제도개선민원은 받아도 제안민원은 안 받는다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자치구·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9일 남구청장과 중구청장을 차례로 만나 협조를 요청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위원들은 요즘 어떤 애로사항에 부딪히고 있을까? 모범답안을 차 위원장이 내놓았다. 민원을 접수하고 민원인을 상담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위원회 출범 초기의 얘기지만, 퇴근 후나 꼭두새벽에도 전화를 걸고, 독촉전화까지 걸어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일부 위원들이 휴대전화를 ‘수신 거부’로 돌려놓았겠습니까?” 모두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 자격으로 주 35시간씩 민원상담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낚시는 짬 없어 못하고, 성당엔 ‘부부동반’



충남 예산이 고향인 차태환 위원장은 국민대에서 공법(행정법)을 전공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실력파다. “일본 메이지대학교 출신인 이규석 은사님(지도교수)한테서 호되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지요.”

얼마 전 여의도 성모병원 검사실장을 지낸 부인 박경실 여사(58)와 함께 남구 신정동 관사로 이사 왔으니 엄연히 ‘울총’은 아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미카엘라’란 영세명이 말해주듯 부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 주일이면 남구 야음성당을 빠짐없이 찾는다.

에피소드는 이때도 생긴다. “성당 갈 때마다 아내의 손을 잡는데 울산 분들은 조금 쑥스러우신 모양이죠?”

유아교육을 전공한 장남 재천 씨(27)는 호주에서 전공을 살려 칼리지 과정을 수학중이고 2남 재만 씨(25)는 뉴질랜드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자식농사 하나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듣지만 여식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제가 능력이 없어서 아들만 둔 거지요”라며 씩 웃는다.

취미는 민물과 바다를 안 가리는 낚시와 독서. 그러나, 사실이 그렇지만, 요즘은 너무 바빠서 도저히 그럴 짬이 안 난다고 볼멘소리다.

울산에 대한 인상을 마무리 질문으로 던졌다. “울산이란 도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잘 가꿔져 있고 아담한 느낌이 듭니다. 공기질도 소문보다 훨씬 좋고. 단지 물가가 좀 비싼 게 흠이라 할까요?”

울산시민들에 대한 당부도 빠뜨리지 않는다. “시민들께서 억울한 일이 있으면 꼭 찾아와 주십시오. 우리 위원과 직원들이 성실히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해결을 100% 못해 드리더라도 양해해 주시고, 믿고 지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초기지만 시민들께서 실망을 느끼고 등을 돌리시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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