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술잔, 흔들리는 시민안전
넘치는 술잔, 흔들리는 시민안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6 2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술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필수식품은 아니지만 만19세 이상의 시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기호식품의 하나다. 또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가장 오래된 음식의 하나이기도 하다. 필수식품이 아님에도 술이 이토록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 온 것은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기능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주흥(酒興)을 뜻하는 영어단어 ‘conviviality’는 라틴어 ‘함께(con)’와 ‘살다(vivere)’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술이 인류에게 함께 사는 즐거움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필자 역시 애주가의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는 즐거움과 기쁨을 북돋우고자 적당한 음주를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이렇듯 이성으로 통제가 가능한 선에서 지켜지는 적당한 음주는 소통과 화합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나친 음주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 고통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개인 건강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흔히 ‘주취폭력’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얼마 전 울산의 한 길거리에서 대낮에 술을 마시던 주취자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길을 가던 시민의 얼굴을 때린 사례가 있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주취폭력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음식점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영업을 방해하고, 택시운전사를 이유 없이 폭행하고, 출동한 소방관이나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둘러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등 주취폭력자들의 범죄가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었을 뿐 아니라 범죄의 수위도 살인·성폭력·방화에 이르기까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주취폭력이 줄지 않고 범죄수위도 높아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권력 약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주취폭력자에 대해 경찰이 강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뿐 아니라 범죄사실이 입증되면 가중처벌까지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취폭력자에게 경찰이 맨몸으로 내던져져 있을 뿐 아니라 범죄행위가 밝혀져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한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취자를 잘못 제압하는 바람에 경찰이 도리어 폭행 혐의로 보상까지 해줬다는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다. 주취폭력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에 약화된 공권력이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 공동체의 수호자가 아니라 주취폭력자의 분풀이에 얻어맞기만 하는 신세인 것 같다. 이러한 무기력한 공권력 앞에서 날로 치밀해지고 고도화되는 지능범죄와 현장성·즉시성이 요구되는 치안수요에 어떻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울산지방경찰청 경찰발전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크게 앞선다.

정당한 법 집행을 통해 이성의 끈을 놓쳐 버린 주취폭력자에게는 강력하게 법을 집행하고, 이성의 끈이 느슨해질 수 있는 잠재적 주취폭력자에게는 강력처벌에 대한 경각심과 긴장감을 심어주어야 할 시점이다. 공권력의 무력화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취폭력에 장악당한 지구대와 파출소를 구출하고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황종석 울산지방경찰청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