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여행스케치]여행의 꽃 유럽 ②…의리의 네덜란드
[김윤경의 여행스케치]여행의 꽃 유럽 ②…의리의 네덜란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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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네덜란드와 처음 관계를 맺게 한 사람은 조선시대에 표류하다 귀화한 벨테브레(Weltevree, J.), 우리 이름으로 박연이다. 그 뒤 제주도에 표류했다가 돌아간 하멜(Hamel, H.)은 『하멜표류기』를 써서 우리나라를 소개하기도 했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지지해 온 주요 우방국으로 6·25전쟁 참전국으로 강원도에 화란 참전용사비도 있다. 흔히 네덜란드 하면 풍차와 튤립, 하이네켄 맥주를 떠올린다. 또 2002년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아 4강에 진출시켜 전 국민의 찬사를 받은 바 있는 히딩크 감독이 태어난 곳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총리도, 교수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아름다운 자전거 나라다.

수도인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있는 왕궁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몇 블록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도 귀빈들을 맞이하기 위한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여름에는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전체는 하얀 석조를 이용해 지어졌고 실내장식에 동원된 작가 중에는 세기의 화가 렘브란트가 포함되어 있다. 렘브란트의 동상이 있는 광장도 있다. 최근 소식에 ‘방탄소년단’이 암스테르담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양국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질 것 같다.

왕실 앞의 담 광장(Dam Square)은 암스테르담 시에서 가장 넓은 오픈 공간이다. 중앙에는 위령탑이 서 있고, 주위에는 왕궁과 신교회, 마담투소, 백화점 등 오래된 건물들과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관광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은 거리가 이곳에서 시작되어 네덜란드 관광의 출발점이 된다. 각종 공식 행사와 축제, 콘서트, 노천시장이 펼쳐진다. 여기서 처음으로 청동 인간을 보았다. 누구의 동상인가 자세히 보다가 그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해서 무척 놀랐다. 지금은 유럽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은 13세기에 어민들이 암스텔강에 둑을 설치하고 정착하게 된 것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암스텔(Amstel)강의 둑'이란 뜻이다. 부챗살 모양의 운하 가까이에 17~18C에 지어진 고급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으며, 섬세한 세공과 정면 장식이 매우 아름답다. 주택의 독특한 양식은 건물 정면에 도르래가 달린 들보가 돌출해 있고 좁고 가파른 계단이 있다는 것이다. 운하 주변에는 자전거들이 많이 있다. 아름다운 운하 주변의 풍물들을 유람선을 타고 관광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은 곳이 많은 네덜란드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았고 물을 퍼내기 위해 풍차를 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풍차가 그리 잘 보이지는 않는다.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잔 강변의 잔세스칸스(Zaanse Schans)라는 풍차 마을로 가야 한다. 진한 초록색과 여러 가지 색을 칠한 목조 가옥들이 마을을 구성하고 있어 동화 나라에 온 듯하다. 삐걱거리는 풍차 소리와 바람 소리, 억새가 나부끼는 잔 강변에는 크고 작은 풍차들이 흩어져 있다. 겨울이긴 했지만, 강바람이 아플 정도로 세차고 추워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풍차 외에도 나막신과 치즈를 만드는 곳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막신(klompen)은 ‘프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전통 복장과 나막신을 신은 ‘아로아’를 생각나게 한다. 땅이 낮다 보니 습지나 진흙에도 신을 수 있는 나무로 만든 나막신이 생긴 모양이다. 관광상품으로 여러 가지 크기의 나막신에 예쁜 조각과 화려한 색칠에 눈이 돈다. 앞에 있는 초대형 나막신을 신고 사진을 찍느라 모두 바쁘다. 또 다른 소보다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홀스타인’ 우유로 만든 네덜란드 치즈가 유명하다. 치즈 공장 견학을 하면 여러 가지 치즈가 있다. 치즈를 좋아해서 종류별로 맛을 보았다.

헤이그는 도시 곳곳에 있는 미술관, 정원, 궁전 등에서 네덜란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네덜란드의 화가인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전시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도 있다. 영화와 책으로도 나와 지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헤이그는 무엇보다 국제 정치의 중심지이고 행정부 소재지이다.

우리에게는 대한제국 시기에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고종이 파견했던 헤이그 특사 사건으로 잘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1907년 이준 열사가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여 이상설·이위종 등과 함께 일본의 침략을 폭로하다가 분사(焚死)한 바 있다. 이준 열사 기념관이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네덜란드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때도 특사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생각이 많았었다. 1927년에 개통해서 한국전쟁 이전까지 서울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팔았다는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신의주~단둥~펑톈(선양)~하얼빈~모스크바~로테르담~파리로 간다고 한다. 물류 부문에서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철도를 이용하면 해상보다 7천600km나 짧아져 운송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멀지 않아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을 지나는 유라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파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

김윤경 여행가·자서전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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