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문제 “대화로 풀자”는 현대차
비정규직문제 “대화로 풀자”는 현대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0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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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측이 ‘대화’의 카드를 꺼냈다. 마침 대화를 제의한 4일이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지 15일째 되는 날이어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사측이 사내 소식지(‘함께 가는 길’)를 통해 대화를 제의했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현대차(사측)는 이날 사내 소식지에서 ‘고용노동부 중재’를 전제로 “원·하청 노조와 하청업체 대표 등 모두가 참여하는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해결 대화’에 나서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특별합의로 이뤄낸 특별고용 성과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원청 노조), 사내하도급지회, 사내협력업체 대표 등 노사 5주체가 모두 참여한 자율합의”라며 일정한 선을 그었다. 자율합의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어느 한 군데도 빈틈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5일로 점거농성 보름을 넘기게 되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의 태도에 있다.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이번 농성은 하루 앞서 기아차가 발표한 사내하도급 특별채용 소식이 불을 지폈다. 기아차는 내년까지 사내하도급 노동자 1천300명을 직영으로 특별채용을 하겠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그러나 특별채용 조건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와 ‘체불임금 및 근속경력 포기’를 포함시켰다. 비정규직 노동자 반발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농성참가 인원이 250명에서 10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에서도 비정규직 노조는 단식농성도 섞어가며 “특별채용 중단”과 “고용노동부의 직접적인 시정명령” 요구의 목소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참고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정규직 지위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사측의 시각은 다르다. 현대차는 “현재 진행 중인 특별고용을 중단하고 모든 부품사, 물류회사 직원까지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하라는 사내하도급지회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 요구”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모두가 만족하는 카드의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전원 만족’ 카드가 당장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측-비정규직노조(사내하도급지회) 사이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노조-정규직노조 사이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꺼내든 ‘고용노동부 중재를 통한 대화’ 카드에는 사측의 그런 고민이 투영된 것이 분명하다.

사측의 희망사항대로만 한다면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정답은 아직 아무도 내놓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대화’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수단이다. 안건이 어떤 것이든 사내하청지회가 사측이 말한 ‘언제든지 열려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되기를 기대한다. 다음 카드는 그 다음 시점에 꺼내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대자 사측도,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노조를 정서적으로 다독거릴 수 있는 지혜의 보따리를 같이 풀어헤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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