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대리수술 묵인… 고질적 관행”
“무면허 대리수술 묵인… 고질적 관행”
  • 강은정
  • 승인 2018.09.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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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병원서 간호조무사 711회 걸쳐 제왕절개·복강경·요실금 수술

울산의 한 여성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4년 동안 수술실에 들어가 700여차례 수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의 비윤리적 태도, 잘못된 의료 관행, 환자를 돈벌이로만 생각한 병원의 탐욕이 부른 대참사로 분석된다.

울산지방경찰청은 보건범죄단속법(부정의료업자) 위반 등으로 이 병원 원장 A씨 등 의사 8명과 간호사 8명, 간호조무사 6명 등 모두 22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간호조무사 B씨는 2014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제왕절개, 복강경 수술시 봉합, 요실금 수술 등 711회 수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같은 기간 병원에서 4천여차례 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볼 때 B씨가 전체 수술의 17% 이상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병원에서 ‘실장’이라는 직함으로 불리며 경력 10년 이상 이상의 베테랑으로 원장 A씨의 제안으로 병원에서 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B씨가 월급 340만원 외에 다른 대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수술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절개, 봉합 등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된다.

간호사 1명도 제왕절개 봉합 수술을 10여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동안 원장 A씨 등 의사들은 외래환자를 진료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조사에서 간호조무사 B씨는 혐의 사실 일부를 시인했고, 의사 8명 중 1명도 대리 수술시킨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이들 외에 원장 A씨 등 나머지 의사 7명과 간호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간호조무사와 원장 등 퇴사 조치했고 다른 의료진들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확인결과 경찰 조사를 받은 22명 중 11명은 이 병원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간호조무사나 의료기기업자 등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은 의료계에선 암묵적인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어 그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폐쇄적인 의료계에서 잘못된 관행은 또 다른 관행을 낳았다.

원칙은 ‘수술실에는 의료면허 소지자, 의료인만 들어간다’였지만 수술을 허드렛일처럼 취급하며 간호조무사들에게 맡긴 셈이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그동안 잘해왔으니까, 문제없었으니까’라는 안일한 인식 때문에 묵인된 것이다.

인력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의사들은 환자 1명이라도 더 봐서 의료수가를 올리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무면허 의료인의 대리수술은 환자들만 모를뿐 오래된 관행인데 이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보니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오히려 신고했을 때 신고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의료업계 취업현실도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행을 끊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울산 경찰은 다른 병원에서도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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