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국경, 아직도 105년전 일본이 왜곡한 그대로
고려 국경, 아직도 105년전 일본이 왜곡한 그대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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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모든 역사교과서에는 고려 때 북쪽 국경선이 압록강∼원산만 선의 천리장성이었으며, 서희 장군이 소손녕과의 담판으로 받아냈다는 강동6주가 압록강 어구 바로 남쪽이라고 그려놓았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통설이고 정부가 인정해준 것이며, 그래서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윤한택 교수가 고려사, 요사, 금사를 비롯한 많은 당시의 사료들을 비교 분석하여 그 논리는 일제가 왜곡한 반도사관의 근거가 되는 주장으로서 1913년 ‘쓰다 소키치’라는 일본인이 조작한 것임을 밝혀냈다. 그러자 “그 사이 105년 동안 우리나라 정부와 사학자들은 그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뭘 하고 있었느냐?” 하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분야를 깊이 연구하지 않고 있던 나로서는 윤 교수가 최근 발행한 『고려 국경에서 평화시대를 묻는다』는 책에 게재한 5편의 연구논문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사학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1913년 쓰다의 연구가 워낙 뛰어나 트집 잡을 데가 없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이 무능하여 윤 교수가 분석한 사료들을 볼 줄 몰랐거나 이병도 등 매국사학계의 원조들이 일본인의 주장을 따르니 그것을 비판할 수 없어 그냥 따르고 있는 학계 분위기에 휩쓸렸거나, 또는 외부로부터 거기에는 손을 대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윤 교수가 전개한 논리는 매우 간단명료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고구려 시대부터 내려온 압록수(鴨?水 ; 맑을 ?)가 현재의 요하라는 것을 여러 가지 사료를 들어서 증명했다. 그런데, 고려 시대의 몇 가지 기록에서 이를 압록강(鴨綠江 ; 푸를 綠)과 혼동하여 압록수(鴨?水)를 현재의 압록강이라고 본 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쓰다는 이것을 우리 역사를 반도사관으로 왜곡·축소조작하는 근거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옛날의 국경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철조망으로 표시를 해놓거나 하지는 않았으므로 그 지역 주민들의 생활영역이 양국에 걸쳐 있었던 상황이다. 특히 경계지역인 압록수(鴨?水=현재의 요하) 유역에서는 양국의 무력충돌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면서 국경을 지켜내기 위한 후방방어기지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곳이 현재의 압록강(鴨綠江) 남쪽이었다고 하여 국경인 압록수(鴨?水)와 후방방어기지가 있는 압록강(鴨綠江) 유역을 분리하여 증명한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강동6주를 비롯해 고려의 국경지역에 있었다는 봉강이 현 만주의 심양 일대이고, 고려와 요나라 금나라 사이에 쟁탈전이 심했던 보주도 요하 유역에 있으며, 교과서에 평양으로 나오는 고려의 서경(西京)도 강동6주와 가까운 요양 부근임도 밝혀냈다.

그러나 현재 교과서에서는 그 이름만으로 보아도 당연히 압록강의 동쪽이어야 할 ‘강동6주’는 압록강의 남쪽에 그려놓고 있고, 국경선인 천리장성을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에서 남북을 가르는 것으로 그려놓고 있는데, 남북으로 연결되어 있어 동서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어야 한다면서 요하 동쪽에 있었던 것으로 증명해 놓았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일리가 있다는 직감을 느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현재 우리 교과서에는 간도가 포함된 지도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조선왕조실록이나 교과서에서조차 두만강 북쪽 700리에 있다는 윤관의 9성 중 공험진과 이 천리장성이나 서희의 강동6주를 연결시켜보면 1909년에 일제가 청나라에 넘겨주었다는 ‘그 전까지의 우리땅 간도’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한다. 만주지역이 우리 땅이었으니 광복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만주, 연해주 지역에서 전투와 활동을 많이 한 것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우리 교과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 강토가 한반도에 국한되었다고 일제가 축소 왜곡한 반도사관을 대변하고 있다. 학계에서 이런 연구가 나왔으니 적폐청산을 내건 현 정부가 나서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일제 때부터의 적폐를 바로잡아야 한다.

박정학 역사학 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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