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늘린 공무원 충원
세금으로 늘린 공무원 충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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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가족, 친척, 고향친구 등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추석의 즐거움을 상징하는 말이다. 하지만 ‘추석=스트레스’란 공식도 있다. 며느리는 주방 일, 남편은 아내 눈치, 그리고 자식은 취업 및 결혼과 관련하여 친지들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받는다.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은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암울하다. 청년 최악의 고용상황 수치를 언급하는 것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촛불민심으로 태동한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을 17만4천명 늘리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을 발표했다.

합격자는 ‘가문의 영광’이라는 칭호를 받는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순기능은 있다지만 미래 세대들의 부담인 연금 지급까지 고려한다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딱히 관청에 갈 일이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충원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공무원이라는 개념은 민주주의적 정치 질서가 확립되면서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으며, 군주국가 시대에는 ‘관리(官吏)’라는 말이 주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공무원이 되는 길은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개방된다.

하지만 공무원의 임용은 결원을 보충하는 활동에 그쳐야 한다. 공무원의 결원에 대한 보충은 정부조직의 외부로부터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부에서 사람을 옮겨 결원을 보충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법을 일반적으로 ‘내부로부터의 임용’이라고 한다. 내부로부터의 임용에는 배치전환·승진·강임·겸임·직무대행 등이 포함된다.

최근 아르헨티나 경제 파국을 가져 온 <출근 않고 월급 타는 유령 직원 21만명> 보도가 화제다. 아르헨티나에선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월말에 봉급만 받아가는 공무원을 ‘뇨키’라고 부른다. 뇨키는 아르헨티나 서민들이 즐겨먹는 이탈리아식 감자수제비를 말한다. 월급날이 다가오는 매달 29일, 뇨키를 먹는 ‘뇨키의 날 (Dia del ?oqui)’에서 유래했다.

2017년 현지 비영리기관 CIPPE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230만명이던 공무원 수는 2014년 390만명으로 약 70% 증가했다. 아르헨티나 전체 노동자 중 18.8%가 공무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상당수가 ‘뇨키’라는 지적이 나온다. 뇨키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의 집권 시절(2003~2015년)에 쏟아졌다.

특히 2010년부터 시작된 ‘공공 일자리 창출(플란 아르헨티나 트라바하)’ 정책은 직업이 없는 실업자 상당수를 학력이나 기술 등 구체적 기준 없이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2015년 컨설팅 업체 KPMG 연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뇨키는 최소 21만명으로 추정되며, 연간 200억 달러(약 22조5천680억원)의 세금을 급여로 가져갔다. 공무원의 천국이라 불렸던 아르헨티나도 비대한 정부조직과 포퓰리즘으로 결국 파국을 맞은 것이다. 혹여 우리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2019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공무원 증원이 3만6천 명(국가직 2만1천 명, 지방직 1만5천 명)으로 계획돼 있다. 예정대로 충원이 이뤄지면 내년도 전체 공무원 수가 110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대통령 약속대로 공무원 17만4천명을 다 뽑을 경우 2022년까지 약 32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일단 뽑으면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생애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만들어낼 무수한 규제와 예산까지 모두 감수해야 한다. ‘한국형 뇨키’는 없는지 파악과 함께 국민이 낸 세금으로 늘린 공무원 충원만이 능사(能事)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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