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외고, 취지 살리면 ‘글로벌인재 요람’
울산외고, 취지 살리면 ‘글로벌인재 요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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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위주 교육’ ‘사교육 조장’의 눈총을 받고 있는 현대청운고와 울산외고가 교육당국에 계속 눈엣가시로 남아 일반고 전환의 수순을 밟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아직 구하기 어렵지만 개연성은 높다.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진보성향 노옥희 교육감의 선거공약이기에 더욱 그렇다.

두 학교에 대한 울산시교육청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원론적 답변이 최근 공개됐다. 9월 17일자 서면답변은 울산시의회 천기옥 교육위원장의 서면질문에 대한 공식 답변 형태로 나왔다. 시교육청은 답변서에서 “최근 교육부의 고교체제 개편 정책과 더불어 외고·자사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협조해 학교별 설립·지정 목적과 성과에 대한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하고 엄정한 평가 표준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고·자사고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시교육청은 “외고·자사고 지원 학생은 입시에서 탈락해도 일반고 배정이 가능해 우수 학생들이 외고·자사고에 쏠리고 이들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사교육 의존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울산외고에 대해서는 “2017학년도 대입에서 어문계열 진학률이 38.8%로, 설립목적인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 역할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현대청운고에 대해서는 “설립취지와 달리 입시명문고로 인식돼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특별한 상황변화나 특단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지정기간 종료 즉시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두 학교의 자사고·외고 지정기간은, 현대청운고가 2015년 3월∼2020년 2월, 울산외고가 2016년 3월∼2021년 2월이다. 따라서 현대청운고는 내년에, 울산외고는 2020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한다. 본란에서는 두 학교 중 현대청운고 문제는 잠시 논외로 하겠다. 본란의 판단은, 울산외고는 설립취지를 강제로 살리게 해서라도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송철호 지방정부가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는 ‘북방 진출’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울산외고를 지탱하는 외국어는 아랍어·영어·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 등 5개 국어다. 가까운 미래의 ‘북방 진출’에 유념한다면 영어·러시아어·중국어는 필수적인 글로벌 언어다. 따라서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오히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단지 ‘교육감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말에서 내리게 한다는 것은 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입시위주 교육’ ‘사교육 조장’이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수술대에 올려놓은 사지를 잘라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또 다른 치유 방법은 찾아내기 나름이다. 시교육청은 지역경제 부흥, 북방 진출을 겨냥해 밤낮 없이 고심하는 울산시와 머리를 맞대고 지혜로운 대안을 찾아냈으면 한다. 그 대안의 하나는 울산외고를 설립취지에 맞게, 내실 있게 지원해 울산이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를 수시로 배출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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