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규제혁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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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공무원 발령을 받고 보훈행정 일선기관에서 민원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규정상 또는 법률에 따라 요청하신 내용은 처리가 어렵다’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원인이 만족할 만한 답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규정과 법률을 한 번 더 꼼꼼하게 검토하곤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한 업무수행이고 규정에 맞는 업무처리는 바람직한 공무원의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민원인 한 분이 ‘열차표 예매를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 왔다. 순간 당황한 나머지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제안해 보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해주었고, 그런 뒤에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는 상이국가유공자가 국가유공자증을 소지하고 역을 방문해서 이용했다.) 2008년 9월 어느 날 “예약이 가능해져서 너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바로 그 민원인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잠시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금 현재로선 불가능하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지나쳤던 일이었는데도 나에게 그처럼 밝은 목소리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는 민원인을 정말 볼 면목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열차표의 홈페이지 예매가 가능해진 것은 지금은 퇴직하신 선배공무원이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 이후로는 민원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덜 불편하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이다. 또한 규제혁신은 시대적 흐름,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규제와 그렇지 않은 규제를 구분하여 국민들의 삶에 불편함을 주거거나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해서 국민의 편의를 증진하고 국가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현 정부는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로서 과감하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라는 말로 규제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발맞추어 국가보훈처에서도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영예로운 삶이 유지되고 보장될 수 있도록 7가지의 과제를 정해 규제혁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사망 전 안장 여부를 결정·통보하는 ‘국립묘지 안장 사전심의 제도’를 도입해 신속하고 정확한 안장 심사 제도로 개편하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강화하도록 했다. 둘째, ‘입원 후 14일 이내’에만 신청할 수 있었던 것을 ‘퇴원 후 3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도록 응급진료비 지급 신청 기간을 완화해서 응급진료비 신청 편의를 제공하도록 했다. 셋째, 부양가족수당이 고령수당보다 더 적을 때는 그 차액을 보전할 수 있게 수당 지급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보훈대상자의 복리를 증진토록 했다.

넷째, 국가유공자 등록신청 제도를 개선해 유족 중 선순위 유족뿐만 아니라 누구나 등록신청을 할 수 있도록 바꾸어 보훈가족의 권익을 향상시키도록 했다. 다섯째, 보훈대상자 확인원을 발급받을 때 의무적으로 적도록 했던 용도 및 제출처를 선택적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해서 민원 편의를 높이도록 했다. 여섯째, 그동안 천재지변과 재해에만 해당하던 ‘대부금 상환 유예 시 이자 면제 사유’에 ‘생계곤란’과 ‘질병’을 추가해서 국가유공자의 대부금 상환 부담을 완화하도록 했다. 끝으로 독립유공자 후손의 주택 및 대부 지원을 비수권자의 차순위 자녀까지 받을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넓혀 독립유공자 후손의 주거 및 생활안정에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 같은 국가보훈처의 일곱 가지 규제혁신 과제가 담길 관련법령은 12월 말까지 개정을 매듭지을 예정이어서 시행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수가 있다.

규제혁신! 일상의 업무에서 고객인 보훈가족을 중심에 두고 대상자의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행정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내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보훈가족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일해야겠다.

매월 1회 선·후배, 동료 공무원들과 행정서비스 향상을 위한 자체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하여 발표하는 토론모임을 진행하면서 ‘혁신’이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뭔가 새로운 것(‘something new’)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쉽고 단순하게 바꾸고자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모든 불편함을 한 번에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보훈대상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따뜻한 보훈을 실천하기 위해 보훈가족의 삶을 바꾸면서 나아가 내 삶도 바꾸는 규제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김미정 울산보훈지청 운영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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