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마당서도 책 읽는 녹색정원 조성이 꿈”
“도서관 마당서도 책 읽는 녹색정원 조성이 꿈”
  • 김정주
  • 승인 2018.08.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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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엽 울산도서관장

 

지붕은 ‘돌고래’, 대열람실은 ‘축구장 크기’

‘축구장만한 크기’라는 설명은 과장이 아니다. 3층 ‘대열람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금세 피부에 와 닿는 말이다. 천장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햇빛이 널찍한 공간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장면은 가히 압권. 채광(採光)부터 자연친화적일 만큼 ‘쾌적함’을 위해 신경 쓴 흔적이 여기저기 뚜렷하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독서테이블 재료는 뒤틀림 걱정을 덜 해도 되는 수입산 자작나무.

주태엽 운영지원과장이 말문을 연다. “위에서 보면 건물 모양새가 돌고래 형상입니다.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이지요. 3층 공간 배치도 동쪽은 ‘책의 숲’, 서쪽은 ‘책의 바다’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고….”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1∼2층을 이어주는 계단 역시 ‘책 속에 파묻힌’ 느낌을 준다.

개방감, 자유로움도 3층 공간 특유의 매력. 휠체어 이동도 수월한 이 도서관 건물에는 ‘친환경 녹색건물 1등급’ 딱지가 자랑스레 붙어있다. “우리 도서관하고 비교할 만한 국내 도서관, 아직은 없을 겁니다.”

이동재 자료정책과장이 말을 잇는다. “‘개관장서’는 14만5천 권입니다. 앞으로 매년 2만5천 권씩, 5년 안에 30만 권을 채울 계획입니다. 지상서가에 33만 권이 다 차면 60만 권을 보관할 수 있는 지하공간도 활용할 계획이고.” IT기술을 활용한 읽고 싶은 책 찾기(자료 위치안내) 서비스, 책 속에 칩을 내장한 ‘도서 분실방지 시스템’ 시연도 흥미 만점이다. 다른 공공기관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라 했다.



“발령소식, 아일랜드 사돈댁 방문길에 들어”

이동엽 제2대 울산도서관장(59). 도서관 휴무일인 지난 20일(월요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주말근무자를 제외한 직원 전원이 사무실 자리를 지키고 있고, 작업인부 몇몇은 시설 재충전을 돕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노인장애인복지과장’ 명함으로 아일랜드(Ireland) 수도 더블린(Dublin)으로 떠난 그가 ‘후반기 인사’ 소식을 전해들은 시점은 지난 7월 26일. 보름 일정의 연가여행이 막바지에 이른 무렵이었다. 여정의 열흘은 ‘장기재직자’에게 주어지는 해외연수 특전.

이 관장에게 아일랜드는 보통 사이가 아니다. 사위와 바깥사돈의 고국이기 때문. 이번 여행만 해도 첫 손자인 ‘조슈아 콘웨이(Joshua Conway, 2017.7.7)’의 돌을 며칠 뒤늦게나마 축하해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관장의 큰딸 이름은 이라미(33), 사위 이름은 개빈 콘웨이(Gavin Conway, 39). 라미씨는 약 8년 전 더블린에 소재한 구글(Google) 유럽본부에서 엘리트 사원으로 일하다 남편이 될 보석디자이너 개빈씨를 만났고, 2년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또 하나의 흥밋거리는 이들 부부가 공동명의로 설립한 3D 조형물 제작회사의 이름 . 라미씨의 성씨(LEE)와 개빈씨의 성씨 중 일부(WAY)를 반반씩 섞었다고 했다.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정서적으로 유사한 점이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외세의 침입을 오랫동안 받은 것도 그렇고. 한때는 대기근을 만나 무더기로 미국행 이민선에 몸을 싣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지요. 국민 1인당 소득이 5만2천 달러가 넘을 정도로 부를 누리고 있으니….”



하루 이용객 5천410명, 4개월간 48만명

‘이 과장’이 울산도서관장 발령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여행 말미. 그는 곧바로 더블린의 도서관 한 곳을 작심하고 찾아갔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이날따라 휴무일이었고, 생생한 현장을 세세하게 입력시키는 일은 그래서 단념했다. 그래도 작은 수확은 있었다.

“울산중부도서관 규모였는데 공간 배치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대단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독서 습관을 어릴 때부터 길러준다는 것, 교육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작은 나라에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 조지 버나드 쇼, 제임스 조이스, 새뮤얼 베케트와 같은 대문인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겠습니까?”

그러면서 화제를 울산도서관 쪽으로 돌렸다. 이 대목 설명은 주태엽 과장이 잠시 맡았다. “어린이에 대한 배려라면 우리 도서관도 그 못지않습니다. 1층 유아열람실부터가 그렇고, 수유실(授乳室)도 갖추고 있고….”

도서관을 어떤 분들이 많이 찾는지, 만족도는 어떤지, 얼마나 많이 찾는지도 궁금했다.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가정주부에다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 주십니다. ‘시민만족도 90%’는 시사점이 클 겁니다.”

놀라운 것은 이용객 숫자였다. 얼마 전 한 지역방송사가 울산도서관을 무더위쉼터 관점에서 취재해 보도했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많을 때는 하루 8천명이 찾는다는 얘기였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이 관장이 넌지시 고개를 끄덕인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을까?

주 과장이 말을 받았다. “개관 후 8월 19일까지 하루 평균 5천410명꼴입니다. 공휴일, 도서관 휴무일을 빼면 4개월 이용객 수가 48만명에 가깝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다. 그래도 도서관 측은 방문하지 못한 시민들이 훨씬 더 많다며 욕심을 낸다.



경제기반 도시재생사업… 주변도 ‘녹색 변신’

여하튼 개관한 지 만 4개월을 코앞에 둔 울산도서관은 시쳇말로 ‘인기 짱’이다. 이 인기를 ‘지속가능하도록’ 이어가자면 가로놓인 과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시민적 관점에서는 최우선 과제가 ‘주차공간 확충’일지 모르지만 도서관 쪽 시각에서는 도서관 정원을 알차게 가꾸는 일과 주변 녹화 사업을 서두르는 일이 급선무이지 싶다.

“75면의 주차공간은 법정 요건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문제는 도서관을 찾는 분들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에 집착하려는 데 있다고 봅니다. 도서관 안마당까지 들어오는 마을버스가 2개 노선, 시내버스가 4개 노선이나 있고 대기시간도 길지가 않습니다.” 도서관 쪽 얘기다. 이용객들의 의식 전환이 아쉽다는 얘기로도 들렸다. 하긴 사실이 그렇다. 그래도 꾸준히 홍보하는 일은 도서관 측의 몫일 것이다.

울산시 도시창조과장을 1년간(2017.1∼12) 지낸 이 관장이 나름의 구상을 밝힌다. “경제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사업을 벌여나갈 생각입니다. 인근 권역(울산도서관 주변지역)도 끌어들여 환경친화적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일입니다.”

이 관장은 ‘1994년 이래 최악의 폭염’이라는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느낀 바를 자기 나름의 도시재생사업에 접목시키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울산도서관과 그 주변지역을 시민들의 무더위쉼터로도 변모시키는 꿈….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 도서관 주변지역은 벽면녹화가 이뤄지고 녹지공간이 넓어지고, ‘바람길’이 트이고, 열섬현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있다. 울산도서관 열람실 내부뿐만 아니라 바깥 공간도 독서 마니아들로 북적거리고 푸르름과 쾌적함이 살아 꿈틀거리는 ‘녹색의 장원(Green Mansions)’ 분위기 물씬한 ‘푸른 도서관’으로 변모시키는 꿈이다.



“아내 건강 위해 귀농귀촌도 추진할 생각”

남들이 느끼는 이동엽 관장은 온화하고 친화력이 강하다. 그리고 매사에 책임감이 강하고 열정적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열정(passion)’이란 단어를 즐겨 입에 올린다. ‘열정 없이는(without passion) 어떠한 일도 이룰 수 없다’는 어휘는 이제 그의 인생좌우명으로 굳어 있다.

경주시 외동읍 신계리가 안태고향.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울산으로 이사 왔고 중고교(울산중·학성고)를 모두 울산에서 나왔으니 지금의 고향은 울산이다.

공직 입문 시점은 1979년 5월. 지난 5월로 만39년을 채웠다. 부인 권정순 여사(59)와의 사이에 딸 라미씨와 아들 호준씨(28, BASF 계열 ‘이네오스 스티롤루션’ 울산공장 근무)를 두었다.

“아내가 자식농사 참 잘 지었지요. 그런데 큰 수술을 한 번 거친 뒤론 건강이 예전만 못한 모양입니다. 앞으론 제가 신경을 많이 써야지요.” 그런 배려지심으로 부부동반 산행을 기회 있을 때마다 즐긴다.

방송통신대 행정학과(1988.2)를 거쳐 영상대 사회복지학과(201.8)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밖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3학년에 적을 두고 있는 국립사이버대학 귀농귀촌학과가 그것. 졸업하는 대로 시도해볼 참인 것도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라 했다.

내무부장관상(1996), 행정자치부장관상(2000), 근정포장(2016) 수상 경력이 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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