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2.2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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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및 경제지표에 있어서 전대미문의 기록들이 쏟아졌던 2008년도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다. 먼 훗날 2008년을 두고 어떻게 기록할지 흥미롭다. 물론 우리에게는 십여년전 IMF와 같은 쓰라린 기억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과거 우리가 그때 겪었던 금융위기를 동시에 경험한 것은 자본주의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최근 10년간 기록을 보았을 때 올해는 금융업계 뿐만 아니라 소위 펀드열풍, 주식의 대중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었던 모든 투자자들에게는 수난의 해였다.

연초부터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역풍이 불기 시작했고 이는 종국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의 상황으로 몰아 넣으면서 천문학적인 숫자의 시가총액이 증발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이러한 폐해는 전 세계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집 건너 주식시장의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받는 상품에 가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전 국민들의 금융자산손실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다. 아울러 경제 실물지표 역시 어느 때보다 큰 변동성을 보여 주면서 경제를 운영하는 당국자들은 물론이고 기업가, 각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컸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유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을 각인 시켰고, 또한 올해 초 900원 초반이던 원화환율은 1500원 언저리까지 상승하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키코(Kiko)'의 악몽을 심어줬다.

그야말로 금융관리, 돈의 위력이 무엇인지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 지 아주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배우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표되는 내년도 경제전망 및 금융시장 전망을 보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끔 하고 있다.

올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실물경기 지표들을 보면 올해를 정리하면서 내년의 계획을 짜보는 요즘에 우리들 마음을 무척 무겁게 한다.

성장률 전망도 그렇고 고용전망도 그렇고 자산 가격 동향에 대한 전망도 그렇다. 이래저래 더욱더 빠듯해 질 것 같은 새해의 세간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오래 있다 보니 경험적으로 우리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은 현실화되지 않았던 적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최근 어려워지는 경제현상들을 이야기 하면서 주가가 500포인트까지 빠지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올해의 악몽은 서곡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고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는다면 설사 충격이 심하다 하더라도 자연복원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경제주체들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어려운 경제현실을 치유하기 위해 전 세계의 경제당국자들은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고 있다. 공격적인 금리인하나 과감한 재정적 경기부양책들이 그것이다.

악화되고 있는 경기상황이나 주변의 살림살이를 보면 내년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요원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경제현상들은 대다수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의 상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루카스의 비판”이라고 한다. 올해를 마감하고 내년의 우리경제 및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입장에서 어느 때보다 루카스의 비판에 기대하는 심정이 절실해 진다.

/ 김 기 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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