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만큼 ‘기술보호’도 중요
‘기술개발’만큼 ‘기술보호’도 중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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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는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며, 기술거래 및 M&A 활성화를 위해 기술보호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갑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갑질’이란 사전적 의미로 권력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행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얼마 전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를 만나 관련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 중견기업과 제품 공급 이야기가 오고갔으나 중단되었다고 한다. 대표는 한동안 잊고 지냈으나 본인 회사에서 납품하려고 했던 제품과 매우 유사한 제품을 우연히 발견하고 알아보니 바로 그 모 중견기업에서 제작한 제품이었다. 계약을 염두에 두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넘겼는데 비슷하게 만들어 외국계 회사에 납품한 것이었다. 결국 소송까지 갔으나 증거 부족으로 패소하고 배상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구글은 1998년 설립 이후, 다양한 기업들과 100건 이상 인수합병(M&A)을 통해 초대형 IT기업으로 거듭났다. 구글은 자체 동영상 플랫폼을 가지고 있었지만 2006년에 당시로선 비싼 가격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 유튜브를 M&A하는 데 16.5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유튜브 매출은 2017년 기준으로 미국 동영상 광고의 20%인 28억 달러 정도로,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에서 비중이 높은 캐시카우(현금창출사업)로 성장했다.

위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은 기술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나, 우리는 기술 가치에 대한 대가 지불의 인식 부족과 대·중소기업 간 종속구조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갑질 문제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울산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중소기업에 있어서 개발기술은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탈취당한다면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기술개발만큼 기술보호가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통상 대기업의 기술탈취 유형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가 인력에 의한 탈취로 인력을 빼가면서 중요 자료를 가져오게 하는 경우, 둘째가 가장 흔한 유형으로 거래 전 또는 사업제안 단계에서 중요 자료나 핵심기술을 받은 후 자체 제작 또는 다른 협력사에 제공하는 경우, 셋째 비즈니스 모델이나 단순 제품의 경우 기술력이 필요 없다 보니 중소기업이 선점한 시장에 모양, 재료 등을 변경하여 대규모 유통으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경우이다.

통계에 따르면 외국기업은 필요기술의 80% 이상을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하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5% 내외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기술개발 능력이 우수해서일까? 아닐 것이다. 울산의 경우 대·중견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81% 이상으로 오랜 관행에 의해 기술개발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대·중견기업 거래에서 기술유출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규모는 ‘16년 기준 기술유출 피해 중소기업 1개사 평균 피해금액은 18.9억원, 중소기업의 피해경험 비율도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은 취임 후 1호 정책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TF’를 발족하고 ① 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 금지 원칙 ② 기술탈취 소송 입증책임 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 ③ 행정부처 조사수사 권한 강화 ④ 법률적 조력 및 물적 지원 강화 ⑤ 기술보호를 위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노력 전개 등 5가지 주요 내용으로 되어있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자료를 거래할 시에는 비밀유지 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하고 위반 시 벌칙을 부과토록 했으며, 가해혐의 대기업에 대해서도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등 기술탈취 예방과 사후구제를 위한 법적·물적 지원을 강화했다.

기술탈취는 단순히 해당기업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피해로 이어진다. 대·중소기업의 상생 기반을 무너뜨리고 전체기업의 기술개발 동기와 혁신역량을 떨어뜨린다. 또한 피해기업 구성원의 가족과 거래기업까지 벼랑으로 내모는 범죄행위이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보호받고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선순환 산업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기술탈취는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술거래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산업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옛 속담에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혼자는 힘이 든다. 울산의 미래를 위해 ‘기술개발’만큼 ‘기술보호’도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과 이를 토대로 기업 간 기술거래와 M&A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써야겠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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