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피톤치드의 ‘진실’
편백나무 피톤치드의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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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름휴가철을 맞아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 등 산림휴양시설에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인근에 편백나무 군락지라도 있어 피톤치드가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자연휴양림은 펜션 반값 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평소에도 주말이면 이용객이 몰린다.

‘7말8초’ 여름휴가철 자연휴양림 숙박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대부분의 휴양림 관리자는 추가예약을 호소하는 민원(?)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말 가동률은 무려 97%에 달한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예비로 1~2개 객실을 남겨놓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풀가동되는 셈이다. 휴양림은 도시지역에 비해 온도가 4~5도 가량 낮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나무가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항균물질이다. 스트레스 해소, 심폐기능 강화, 살균작용의 효과가 있으며 아토피를 유발하는 집먼지 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한다. 공기를 정화시켜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숲속에서 삼림욕을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모든 나무의 피톤치드는 살아있는 나무에서만 나온다.

피톤(phyton)은 식물이라는 뜻이고, 치드(cide)는 죽인다는 뜻이다. 식물이 자기만의 번식을 위해 주변의 다른 식물을 죽이기 위해서 내뿜는 정유(테르펜)가 피톤치드이다. 이것이 편백나무 피톤치드의 ‘불편한 진실’이다.

나무의 목질부 구조는 수피, 형성층, 변재, 심재, 수심으로 나누어져 있다. 나무는 수피가 외부 곤충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유일한 방어벽이다. 이 방어벽이 가끔 뚫리니까 외부 균들이 원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생존적 차원에서 단체로 뿜어내는 것이 피톤치드이다. 이 피톤치드는 테르펜이라는 수증기 형태의 휘발성 물질로 나무의 잎에서 기공을 통하여 나온다. 살아있는 나무가 목재로 사용되려면 나무가 베어지고, 운반되고, 자연건조되고, 제재·가공되는 과정이 보통 2년이 걸린다. 잎도 없이 바짝 건조된, 그것도 벌목한 지 2년이나 되는 편백나무 목재에서 피톤치드가 나온다는 것은 기적의 나무이거나 과학을 조롱하는 미친 나무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편백나무 목재로 지은 집에 가거나 편백나무 목재를 사용한 베개, 도마, 장롱 등에서 피톤치드가 나온다는 말을 사실로 믿고 있는 건 목재에서 나는 향을 피톤치드로 오인하는 사례다. 그건 심재나 변재 속에 남아 있는 송진 형태의 오일 냄새일 뿐이고, 편백나무 목재는 좋은 목재로서 자연친화적인 건축자재에 해당한다. 그들만의 그럴듯한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

잣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등 침엽수가 많이 내뿜는다고 한다. 이를 추출한 다음 농축해 방향제 ‘아로마 오일’이란 이름으로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편백나무는 건축재로 가장 비싸며, 제재소에서 나오는 칩이나 나무쪼가리는 베갯속으로, 목침으로 쓰인다. 톱밥은 효소찜질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심지어 고급목욕탕(반신욕 등)의 욕조는 ‘히노끼탕’이라며 신비화한다. 일본에서는 편백나무를 최고급 내장재로 사용하며 ‘히노끼’라고도 부른다.

피톤치드 삼림욕이 반드시 사람 몸에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칫 오존의 농도가 높을 경우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 좋은 향이 몸에 이롭고 나쁜 냄새가 반드시 몸에 해로운 것도 아니다. 쓴 것이 약이 된다는 것도 거짓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사자성어와 함께 ‘발암물질’ 누명을 쓴 사카린에서 보듯이 어설픈 건강 전문가에 놀아나지 말았으면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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