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습격에… 울산지역 유통가 ‘울고 웃고’
폭염 습격에… 울산지역 유통가 ‘울고 웃고’
  • 김지은
  • 승인 2018.07.17 2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냉방시설 갖춘 백화점·마트·극장가 ‘여름 특수’ 손님발길 끊긴 전통시장 매출 급감 ‘비수기 실감’
초복인 17일 울산시 남구의 한 삼계탕 전문 식당이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윤일지 기자
초복인 17일 울산시 남구의 한 삼계탕 전문 식당이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윤일지 기자
17일 오후 울산지역에 계속된 불볕더위로 남구 신정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일지 기자
17일 오후 울산지역에 계속된 불볕더위로 남구 신정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일지 기자

 

연일 35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울산 유통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극장은 무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증가하고 있고, 초복을 맞아 삼계탕집도 가게 앞에 진을 친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등 여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 전통시장은 찜통 더위에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어서 대조를 이뤘다.

초복인 17일 울산 곳곳의 삼계탕 전문점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보양식으로 더위에 허해진 몸을 재충전하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찾은 울산시 남구 달동 한 삼계탕 전문점에는 직장인과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줄지어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여대 가량 수용 가능한 주차장은 이미 꽉 차 음식점 직원들이 차량을 인근 주차장으로 유도했고, 입구에 줄을 길게 늘어선 손님들은 손부채질과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쫓아가며 자신의 순번을 기다렸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힘들지만 복날 아니냐. 복날에는 역시 삼계탕이라고 생각해 직원들과 삼계탕을 먹으러 왔다”면서 “생각보다 줄이 길어 오래 기다리게 됐지만 삼계탕 한 그릇으로 기를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계탕 전문점 직원은 “초복을 맞아 보양식으로 더위를 극복하려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인다”며 “무더위가 지속하면서 시민들이 뜨거운 음식을 찾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손님이 줄을 잇고 있다. 중복, 말복 등 올해 삼복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처럼 ‘이열치열’ 보양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다수는 더위를 피하려고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실내 장소를 찾는 모습이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가 가동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은 시원한 실내 공간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종일 북적였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도심 속 대형 유통매장이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 울산점의 경우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의 고객 수가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22.9% 늘었다.

지역 영화관 역시 높은 예매율을 이어가며 여름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시네마 울산점은 영화관 내부 온도를 수시로 체크하는 등 고객 서비스에 신경 쓰고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한 음료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휴대용 선풍기가 포함된 콤보메뉴를 출시하기도 했다.

반면 지역 전통시장과 노점상은 더위를 피해 거리에 나서는 손님이 없다보니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폭염에 농작물이 말라 죽거나 가축들이 폐사하면서 농가도 힘들게 여름을 버티고 있다.

이날 오후 울산시 동구 전하동 동울산종합시장은 30도를 넘어서는 날씨로 인해 시장을 오가는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폭염이 계속되자 집에서 온라인쇼핑몰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대형 유통매장으로 시민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도 연신 채소에 부채질을 해댔다.

그는 “찜통 더위에 시민들이 장을 보러 오지 않는다. 오늘도 오전 9시부터 채소를 팔고 있지만 하나도 팔지 못했다”며 “채소를 제때 팔지 못하면 더위 탓에 잘 물러져 버릴 수 밖에 때문에 매일 적자다. 하지만 먹고 살려면 점포를 닫을 수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생선가게는 무더위 속에서 얼음에 기대고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큰 고민이다. 생선가게 상인 박모(66)씨는 “무더위에 얼음을 쓰는데, 이것만 해도 하루에 5만원이 넘게 든다”며 “손님이 줄면서 매출보다 얼음 값 등의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이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이 시간대(오후 2시)에는 손님 한 두명이 전부다. 노점상 뿐 아니라 인근 식당에도 점심시간에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이곳은 아케이드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아 더욱 손님들이 없다. 그나마 해가 질 때 쯤인 오후 4시가 넘으면 장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어 거기에 기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은 전통시장의 비수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 기간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쓴 웃음을 지었다.

김지은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