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없는 고래축제’ 과연 가능할까
 ‘고래고기 없는 고래축제’ 과연 가능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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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문화특구 장생포에서 해마다 열리는 울산고래축제에 고래고기가 빠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때한 답은 “글쎄”와 “그럴 수도 있겠지”의 둘로 나눌 수 있다. “글쎄”는 고래고기 유통·판매업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주민이 다수인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고, “그럴 수도 있겠지”는 6·13지방선거를 거쳐 새로 취임한 남구청장이 전향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진규 신임 남구청장의 인식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화 자리가 ‘2018 울산고래축제’ 개막 하루 전인 4일 남구청 구민대화방에서 마련됐다. 김 청장이 수락해 이뤄진 이날 면담에는 ‘핫핑크돌핀스’, ‘시셰퍼드코리아’, ‘동물을 위한 행동’ 등 환경보호단체와 울산 녹색당 관계자가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이 김 청장에게 건넨 주문은 크게 5가지다. △고래고기 없는 울산고래축제 △돌고래 쇼 없는 장생포 △시중 유통 고래고기의 수은 등 중금속 검사와 결과 발표 △고래고기 불법유통 철저감시 △고래가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해양생태계 복원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고래고기 없는 울산고래축제’와 ‘돌고래 쇼 없는 장생포’를 들고 나온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는 “고래축제 때마다 고래고기 유통과 돌고래 쇼가 끊임없이 이뤄진다”며 ‘고래와 함께 사는 생태도시’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시셰퍼드 코리아’ 관계자도 이색 제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수족관 돌고래를 고향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며 “돌고래를 비좁은 수족관이 아닌 ‘인공의 바다쉼터’에서 키울 수 있도록 시민기구를 구성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자”고 제안했다. 울산 녹색당 관계자는 “돌고래 쇼를 본 아이들은 고래가 불쌍하다고 입을 모으고, 굉음을 내는 고래바다여행선은 오히려 고래를 쫒아낸다”며 ‘고래가 다시 찾아오는 울산 앞바다’에 대한 희망을 말했다.

이에 대한 김진규 남구청장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청장은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고민하겠다”, “같이 고민하자”는 말을 남겼다. 그는 또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후퇴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흘간의 2018 울산고래축제는 5일 밤 개막축포를 신호탄삼아 이미 시작됐다. 이 말은 ‘고래고기 없는 고래축제’, ‘돌고래 쇼 없는 장생포’를 당장 올여름부터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매사에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 고래·환경보호단체들도 너무 서두르기보다 차분한 설득과 합리적 여론수렴을 거쳐 내년 5월로 예정된 ‘2019 울산고래축제’ 때부터 희망사항을 현실에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참신한 대안을 찾는 여론수렴 과정에는 장생포 주민과 고래고기 유통·판매업 종사자들도 어깨를 나란히 해야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래야만 “울산고래축제에 고래고기가 빠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글쎄”나 “그럴 수도 있겠지”가 아니라 “그래야 되지”로 모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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