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의 역사칼럼] 시진핑의 황당한 발언 빌미는 우리가 제공
[박정학의 역사칼럼] 시진핑의 황당한 발언 빌미는 우리가 제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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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작년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많은 국민들은 시진핑을 욕했으며, 외교부에서도 중국 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16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고대사 시민강좌 강의를 했던 경희대 조인성 교수는 ‘시진핑의 발언에 대한 빌미를 제공한 것이 우리 학자들 아니냐?’는 방청객의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 학자들 중에 그렇게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문제는 시진핑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우리 교과서를 비롯한 우리 사학계의 통설에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이전의 국정 역사교과서는 물론이고, 정부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현재의 모든 검정 역사교과서는 ‘고조선의 준왕을 위만 조선이 쓰러뜨렸고, 그 자리에 중국의 한나라가 네 군을 세웠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그 위치는 북한의 평양 주변이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준왕’은 기자의 40여세 후손인 기준을 말하며, 위만은 연나라 사람이었으니 중국 사람이 고조선의 임금을 했고, 그곳에 한사군이 설치되었다면, 고조선이 중국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된다.

그리고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이런 내용을 2012년에 미국의회조사국(CRS)에 제출하여 ‘CRS보고서’로 발간되었다. 2014년에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라는 이름을 빌려 발간한 영문판 ‘한국고대사’ 책에도 한사군이 평양 부근에 있었다면서 그 이름조차 중국식 발음의 영문표기를 했다. 
시진핑 발언의 근거가 되는 영문판 자료들이다. 이러한데도 학계에서는 ‘시진핑의 말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천연덕스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단국대 윤내현 교수는 기준과 위만, 한사군이 있었던 곳이 한반도 북부 평양 부근이 아니라 중국 하북성의 영정하 동쪽으로서 고조선의 서쪽 변경에 있던 거수국(=제후국)에서 일어났던 정변에 불과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부와 학계에서 말하는 평양 부근 설은 그 근거사료가 없는 반면에 윤 교수의 논문은 명확한 근거사료를 제시한 학문적 논리였기 때문에 당시에 살아있던 이병도, 이기백은 아무 반론도 하지 못했고, 교과서의 고조선 서쪽 경계를 요하로부터 영정하 부근까지 이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나는 시진핑 발언 기사를 보는 순간, 과거 육사 4년 선배인 심기섭 박사가 들려주었던, 대만유학 중에 있었던 사건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1980년대 초반 귀국하여 내게 “중학 2학년으로 대만 학교로 전학시킨 장남이 어느 날 ‘이 지도가 이상하다’면서 만리장성이 황해도까지 그려진 역사지도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다음날 학교에 찾아가 항의를 했더니 담당 선생이 ‘우리는 아직 연구가 덜 되었는데 당신 나라(대한민국) 학술원장의 논문을 따라 그린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에 창피해서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 역사상의 강토를 중국에 넘겨주고 있는 사람들은 강단의 역사학계와 이를 인정하는 정부다. 시진핑은 트럼프가 CRS 보고서를 봤을 줄 알고 자신 있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제 인터넷과 SNS가 판치는 대중화 시대다. 국민 혈세로 우리 역사 강토를 팔아먹는 정부와 역사학자들의 매국행위는 이제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박정학 전 강원대 교수·역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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