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는 노동자가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사업주가 처벌받게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준비가 안 된 사업주는 범법자(犯法者)로 몰릴 형편이었다. 경제계는 “그동안 준비시간이 부족했는데 다행”이라는 입장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사용자의 입장만 옹호한 것”이라고 반발 중이다.
혼란스런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논란은 지난 2월 국회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7월부터는 일주일에 전체 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으면 불법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천763시간에 비해 306시간을 더 일한다. 가장 적은 독일(1천363시간)보다는 무려 70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독일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이미 주당 노동시간이 말도 안 되는 30~40시간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노동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야근이 일상이었던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도 ‘저녁 있는 삶’이 실제로 가능해질 것이란 희망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모든 사업장이 다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규모에 따라 시행시기가 다르다. 300인 이상 기업은 다음달부터 시행해야 하고,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시행하면 된다.
아예 주 52시간을 적용받지 않는 곳도 있다. 간호사와 간병인을 비롯해 택시기사, 화물차 운전자 등 5개 업종은 공익적 요소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어 사실상 무제한적인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
대부분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 됨에 따라 대기업들은 사전준비에 분주한 상황이다. 오후 6시가 되면 직원들 PC가 저절로 꺼지게 하는 등 이미 적응에 나선 대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일부 중견기업들의 경우 인력 충원에 걸리는 시간, 설비 증설에 걸리는 시간 등 52시간제를 도입하기에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처벌 유예만으로 현장의 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나 노동자 모두 혼란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물론 다양한 규제는 실(失)이 많다. 행복은 수직으로 세워진 사회보다는 옆으로 누운 사회, 즉 힘이 정상적으로 분배되며 자유가 느껴지는 곳에 찾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 또는 나누기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