馬頭戱에 부쳐
馬頭戱에 부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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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조선시대 때부터 마두희(馬頭戱)라는 이름으로 열리던 큰줄당기기 놀이를 현대적 축제로 재구성한 울산마두희(馬頭戱)축제가 22일부터 사흘 동안 중구 원도심과 태화강 둔치 일원에서 열린다.

마두희는 줄다리기라는 뜻의 한자말이다. 그런데 전국의 줄다리기 민속놀이 가운데 마두희로 불리는 것은 울산마두희가 유일하다. 보통은 영산줄다리기, 동래줄다리기 등으로 불리고 있다. 마두희는 이미 울산의 줄다리기 놀이를 칭하는 고유명사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

마두희는 울산 고을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동놀이에 대한 기록은 단편적이거나 아예 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마두희는 ‘학성지’(鶴城誌, 1749)를 비롯해 ‘울산부읍지’(蔚山府邑誌, 1832, 1895), ‘학성잡기’(鶴城雜記, 1902) 등 읍지에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역사성이 정확히 확보돼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신문 기사에도 마두희는 삭전(索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삭’(索)은 줄이라는 뜻이다.

마두희는 1930년대까지도 성황을 이뤘음에 틀림없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고 전시총동원 체제가 구축되면서 마두희도 중단됐다. 해방 이후에도 몇 차례 열렸지만 한국전쟁 등으로 다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 지역에서는 마두희와 별도로 동네별 줄다리기도 전승됐던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1970년대에 중구 반구동 지역에서 정월 대보름에 열렸던 줄다리기 모습을 기억한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그 줄을 어깨에 메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이때 불렀던 노래가 ‘쾌지나칭칭나네’였다.

중구는 2016년부터 마두희축제를 열고 있다. 마두희는 울산고을의 대동놀이였다. 동대산 산줄기가 남쪽 바다로 달려드는 형상이라 그 기운을 서쪽으로 당겨오기 위해 마두희를 열었다는 것이 ‘학성지’에 나와 있는 마두희의 유래이다. 마두희에 썼던 줄과 비녀목은 태화강 나루의 줄과 말뚝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21세기에 재현한 마두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대동놀이의 근간이 되는 대동정신일 것이다. 공동체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각종 마쓰리(祭り)는 제의행사이기도 하지만 대동놀이이기도 하다. 마쓰리는 그 본연의 역할에 더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마두희는 유래가 분명한 기록으로 전해져 오는 대동놀이 유산이다. 우선 주민들의 대화합을 이끌어내는 행사가 돼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관광자원이 돼야 한다.

마두희를 주관하는 중구문화원의 역할도 크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이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1960~70년대 울산공업축제는 시민축제로서 손색이 없었다. 훌륭한 콘텐츠가 있을 리 만무했지만 각 참가주체별로 최선을 다해 정성껏 제작한 콘텐츠들은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축제가 열리는 공설운동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의 꽃인 가장행렬이 중구 남외동 공설운동장에서 학성로와 중앙로를 거쳐 남구 신정동 공업탑까지 이어질 때는 모든 시민들이 연도에 나와 환영했다.

그래서 울산공업축제는 아련하면서도 유쾌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재현된 마두희의 숙제는 산적해 있다. 고급화된 시민들의 취향에 적합해야 한다.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안전해야 한다. 예산이 낭비돼서도 안 된다. 그러면서 울산을 대표하는 명품 축제로 성장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보완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치열했던 지방선거 직후에 열리는 축제이다. 승자와 패자가 함께 어울리고 힘과 지혜를 모아가는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귀일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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