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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 칼럼]‘새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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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3  10: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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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말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생각을 할 때도 말로써 한다. 그러니 말에는 개인은 물론 그 민족의 정신과 얼이 녹아 있다. 우리말에는 우리 겨레의 사상이나 정서는 물론 우리 겨레의 고유한 냄새까지 배어 있는 것이다. 울산 사람들의 말에는 울산 사람들의 정서와 지혜가 스며들어 있다.

한자말로 발병(發病)을 우리는 ‘병이 나다’ ‘병이 들다’고 표현한다. 같은 병인데 몸살은 ‘났다’고 하고, 감기는 ‘들었다’고 한다. 골병, 상사병, 고독 등은 발병의 원인이 신체 내부에 있으니 ‘났다’고 하고, 감기나 조류독감, 에이즈 등은 발병의 원인이 외부에 있으므로 ‘들었다’고 한다.

그냥 객관적인 병의 모습만으로 말하는 서양 사람들의 말에 비해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병의 원인까지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우리 조상들의 생각의 바탕이 얼마나 깊고 지혜로운지를 알 수가 있다. 우리말의 뛰어난 감각성과 조상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다.

‘새첩다’는 말은 경상도 방언으로서 울산 사람들은 그 느낌까지 잘 안다. ‘새첩다’의 ‘새’는 ‘새로운’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작다’라는 의미도 있다. 아름답다, 예쁘다, 곱다는 등 좋다는 의미의 여러 말들이 모두 ‘작고 여리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새첩다’는 말은 이런 예쁘다는 말의 총체적 의미가 응축된 절묘한 말이다.

이를 국문학자 천소영은 “찰찰 귀염성이 넘치는, 그래서 곧잘 응석깨나 부리는 새침데기, 그 앙증스러움이 꼭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의 예쁜이”를 일컫는 말 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은 작은 것, 순수한 것으로 행복으로 연결된다’면서, ‘작은 친절, 작은 성의, 작은 성취에 크게 만족하는 마음가짐에서 일상의 보람을 느낀 우리 겨레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 있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맛을 나타내는 말, 미각어(味覺語)에서 보이는 절묘한 뉘앙스나 다양한 표현에는 우리말의 우수성이 더욱 잘 나타난다.

우리는 묵은 김치나 식초를 ‘시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시다’라는 표현은 발목이 삐었을 때, 또는 ‘눈꼴이 시다’처럼 아니꼬운 장면을 볼 때도 쓰이고, 요즘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들을 ‘쉰(≒신) 세대’라 부르는 데도 쓰인다. 묵은 김치처럼 나이 들었다는 것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것일까?

짠맛의 ‘찝찔하다’는 ‘짭짤하다’(수입)로 변하고, ‘쓴맛(苦)’은 ‘쓴 소리’로 변하며, 덜 익은 감 맛인 ‘떫은맛’은 ‘떨떠름하다’, ‘떫어?’ 등으로 변화한다. 매운맛(辛)도 ‘손끝이 맵다’, ‘매운 날씨’로 변용되고, 약간 싱거운 듯하면서도 맛깔이 있을 때를 ‘삼삼하다’고 하는데, ‘떠난 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삼삼하다’고도 하고, 늘씬한 아가씨를 본 남성들은 짓궂은 느낌으로 ‘삼삼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맛이라도 그 상태를 표현하는 말은 더욱 멋들어진다. 단맛을 예로 들면, 아주 달면 ‘달디 달다’, 알맞게 달면 ‘달콤하다’, 약간 달면 ‘달짝지근하다’, 단맛에 신맛이 섞이면 ‘새콤달콤하다’ 등으로 다양한 표현을 구사한다. 다른 모든 맛의 정도를 표현하는 말도 이처럼 다양하다.

다른 어떤 나라 말도 이런 표현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언어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말뜻의 확장이나 그 서로 다른 정도를 구분하여 표현하는 우리 겨레의 언어문화는 뛰어난 상상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우리’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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