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어떤 복지보다 먼저
[교육단상]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어떤 복지보다 먼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12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재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로 일어난 화재는 삶의 터전은 물론 목숨까지도 위협한다.

국가화재통계시스템(NFDS)에 따르면 울산에서 최근 2년간 주택(아파트 제외)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화재사망자의 47.1%나 된다. 이러한 추세는 전국이 비슷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든 주택 소유자가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설치기준(소방시설법 제8조)을 마련, 지난해 2월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실시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실태 표본조사’에 따르면 울산지역 설치율은 50.1%로 전국 3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홍보와 인식 부족 탓인지 설치율이 아직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미국은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를 1977년부터 제도화했고, 일본도 설치기준을 2004년부터 마련해 현재 두 나라의 설치율은 81% 안팎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화재경보 기능이 있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이고 다른 하나는 진화용 소화기이다. 설치대상은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주택(아파트·기숙사 제외)이다. 소화기는 세대별 1대 이상(2개 층 이상인 주택은 층별 1대 이상),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방·거실 등 구획된 실마다 1대씩 설치해야 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실례가 있었다. 이번 달, 서울 강북의 한 주택에 살던 거주자가 음식물을 올려놓고 외출한 사이 거실에 설치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울리자 이를 알아차린 이웃주민이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자칫 큰 화재로 번져 재산·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막아준 셈이다. 울산시소방본부 산하 4개 소방서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확대설치하기 위해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 홍보와 함께 취약계층 무상보급·설치 지원, 공동구매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책들도 근본 해결책은 못 된다.

근본 해결책으로 첫째, ‘취약계층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지원’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관련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 조례에는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한부모가족·청소년가장· 65세 이상 홀몸노인 등 화재안전취약 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안전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하도록 근거규정을 둔다.

둘째, 다양하고 지속적인 홍보로 주택용 소방시설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 저변에 깊게 심어준다. 실제로 주택용 소방시설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설치도 간편하다.

셋째, ‘화재안전취약가구와 더불어 사는 안전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 등 나눔문화를 통해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를 확산시킨다. 기부처와 ‘재난취약계층 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주택용 소방시설을 기부로 지원하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다. 주택화재로부터 귀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일인 만큼 그 어떤 복지정책보다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종권 동부소방서 방호구조과 과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