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은하계 저 너머-‘한 솔로:스타워즈 스토리’
오래 전, 은하계 저 너머-‘한 솔로:스타워즈 스토리’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8.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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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 솔로:스타워즈 스토리' 한 장면.

‘조지 루카스’ 감독이 창조한 <스타워즈>시리즈가 미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 탄생한 영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작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스타워즈>는 곧 자신들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 그러니까 <스타워즈>의 전 세계적인 성공신화를 짧은 기간에 초강대국이 된 자신들의 역사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주제국주의에 맞서 우주연합군이 승리한다는 스토리는 실제로 미국 참전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2차 세계대전과 닮아 신화가 없는 미국에서 <스타워즈>는 일종의 신화로까지 여기는 분위기다. 광선검이나 들고 싸우는 이 유치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어떻게 신화가 될 수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스타워즈>의 깊이 있는 세계관을 아는 사람이라면 미국인이 아니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반지의 제왕>이 판타지라면 <스타워즈>는 우주대서사시다.

<스타워즈>는 오늘 날의 미국을 이룬 프런티어(개척) 정신에도 잘 부합한다. 기술 부족으로 우주를 실사로 스크린에 담기가 아주 어려웠던 시절, 그걸 개척했다는 점에서 <스타워즈>는 확실히 프런티어 정신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하기 위해 조지 루카스 감독은 1975년 ILM(Industrial Light & Magic:특수효과 전문회사)을 설립했고, 이후 우리가 아는 SF대작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 ILM사를 거쳤다. <스타워즈>가 있어서 영화 기술도 그 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스타워즈>가 인류에 기여한 가장 큰 공로라면 우주를 안방으로 가져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스타워즈>로 인해 일상에서도 우주 시대가 개막한 것. 물론 1957년 10월 구 소련이 인류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시대가 이미 열렸지만 그건 전문가들의 것일 뿐, 전 세계 안방은 1977년 첫 선을 보인 <스타워즈>를 통해 우주를 간접 체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만 해도 만화영화를 통해 어설프게만 접했던 우주공간을 실사로 처음 본 것도 바로 <스타워즈>였다.

그랬던 <스타워즈>가 2005년 ‘조지 루카스’ 감독이 애초에 구상했던 총 6편으로 모두 마무리가 된 뒤, 2015년 다시 시리즈가 재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이젠 추억 한 켠에서 전설이 된 이야기가 속편들로 인해 흠집이 날까봐.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고, 지난해 12월 개봉했던 시리즈 8편까지 연이어 실망을 했더랬다.

하지만 2016년 <로그원:스타워즈 스토리>와 얼마 전 개봉했던 <한 솔로:스타워즈 스토리>는 달랐다. <스타워즈> 외전격인 이들은 완벽한 스토리와 감동으로 2005년 끝이 난 시리즈 6편에 살을 갖다 붙였다. 전자가 연합군이 제국군에게서 행성 하나를 한 방에 파괴할 수 있는 무기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입수한 과정을 그려냈고, 후자는 다스베이더만큼 인기 있는 캐릭터인 한 솔로 선장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이 우주대서사시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그랬다. <스타워즈>가 진정 위대한 건, 지루하고 무의미한 우주 공간에 최초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게 아닐까. 그것도 아주 장대한 대서사시로. 비록 지어낸 것이라 해도 그런 이야기들로 우주는 더욱 빛이 난다. 이 우주에서 ‘우리’라는 존재가 위대한 것도 결국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 ‘삶’이나 ‘운명’이라 부르는 각자의 이야기들은 지금도 이 적막한 우주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지 않을까. 아니, 또 모르지. 오래 전, 은하계 저 너머에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그의 자식들인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아 공주, 또 한 솔로 선장과 츄바카, R2D2, C-3PO, 오비완 케노비, 요다 스승이 실제로 살았을지도. 우주는 열라 넓으니까.

2018년 5월 24일 개봉. 러닝타임 135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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