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해대 예비간호사들의 나이팅게일 선서
춘해대 예비간호사들의 나이팅게일 선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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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20.5.12∼1910.8.13)’ 하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이팅게일은 전쟁터에서 쓰러진 병사들을 밤낮없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등불의 여인’ ‘광명의 천사’라고 불리던 영국의 간호사다.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 행정가이자 통계학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간호사 직제를 확립하고 의료효율을 증진시킨 병원·의료제도의 개혁자로도 불린다. 한평생 간호사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다 간 그녀의 정신을 기려 국제간호협의회(ICN)는 그녀의 생일(5월 12일)을 국제간호사의 날로 지키고 있고, 간호사들은 간호대학 재학시절에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갖는다.

이 같은 전통에 따라 울산에서 깊숙이 뿌리를 내린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학생 341명이 지난 18일 울주군 교내 대강당에서 제49회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가졌다. 선서식에는 김희진 총장과 김조영 제4대 이사장, 이경리 울산시간호사협회 회장, 김원주 동창회장을 비롯한 내·외 인사와 학과 교수, 재학생, 학부모 등 200여 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이날 촛불을 이어받는 의식에서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본받아 미래의 전문 간호인으로서 봉사하고 헌신하겠다”고 다 같이 다짐했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1893년에 만들어진 이 ‘나이팅게일 선서’는 간호사가 지녀야 할 윤리와 간호원칙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선서는 졸업한 간호학과 학생들이 사회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지워지기 시작한다. 현실이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로 여기고 존중해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지난 11일자 기고문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우리나라 신규간호사 사직률 34%, 간호사 평균 근무연수 5.4년이 말해주듯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면서 가졌던 소명의식을 마음으로부터 내려놓고 있다. 병원이란 공간이 간호사에게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보람과 소명감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 무기력하게 자존감을 소진하는 고통스러운 장소로 전락했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신 회장의 이 말은 조금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간호업계 내부에 암세포처럼 가지를 뻗치고 있는 이른바 ‘태움 문화’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상실감에서 비롯된 자조적 문화일 수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8일 캠페인 전개를 선언했다. 전국 40만 간호사들이 9만여 예비간호사(간호학과 학생)와 함께 ‘간호사가 일하기 좋은 병원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국제간호사의 날’인 12일부터 연중 내내 펼칠 캠페인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이 간호사들 스스로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즉시 실천에 옮기겠다는 결의이자 약속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은 ‘행복한 간호사, 건강한 국민’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새겨진 배지를 유니폼에 달고 근무하고 있다. 또 간호협회가 ‘행복한 간호사, 국민건강권의 첫걸음입니다’를 주제로 만든 첫 번째 포스터에는 간호사들이 서로 존중하고, 비인권적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며, 경직된 간호조직체계와 문화를 혁신해 나가겠다는 뜻에서 ‘간호사, 함께 가요’라는 구호를 담고 있다. 작은 주제에는 △서로 아껴주고 배려하기 △긍정-칭찬-존중하는 말하기 △내가 먼저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말하기 △후배에게 “괜찮니?” 하고 관심 갖기 △하루 한 가지 감사한 일 찾기 등 5가지 실천과제를 담기도 했다.

신경림 회장이 기고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0일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이란 것을 발표했다. 간호사가 의료서비스의 핵심인력임을 인식하고 간호사 확보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들린다. 신경림 회장은 간호협회가 전개하는 이번 캠페인을 시발점으로 간호사가 병원에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기대했다.

간호협회와 정부가 모처럼 호흡을 같이하는 새 물결 캠페인에 4천여 울산지역 간호사들이 앞장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 18일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 김희진 총장이 학생들에게 한 말은 귀담아들을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김 총장은 “간호사의 길은 보람 있고 매우 가치 있는 일이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면서 “힘든 일을 만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오늘의 소중한 서약을 마음에 되새기며 인내와 도전정신으로 극복해 나가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선배간호사와 예비간호사들이 가슴에 품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쉽게 떨쳐버리지 않도록 울산시민 모두가 따뜻한 눈길을 같이 보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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