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반복·중복·은폐·순환된다
가정폭력은 반복·중복·은폐·순환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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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날(5.5), 보라데이(매월 8일), 성년의 날(5.16), 부부의 날(5.21) 등 가족 관련 기념일이 집중되어 있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다.

불행하게도 최근 울산에서는 끔찍한 가족 관련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지난달 30일엔 불륜을 의심한 50대 남자가 아내를 숨지게 한 뒤 자차사고를 냈다가 살인 혐의로 검거되었고, 5월 초엔 가정불화 끝에 아내를 숨지게 한 남자가 아파트에서 투신소동을 벌일 일도 있었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나가 보면 많은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처리를 망설인다. 그러나 집 밖에서 저지른 범죄가 집안에서도 범죄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즉시 현장에 나가 다음과 같은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응급조치에는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 분리 및 범죄 수사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보호시설로 피해자 인도(피해자가 동의하는 경우)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의 의료기관 인도 △폭력행위 재발 시의 임시조치 신청 통보 등이 있다.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거나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긴급할 때 경찰관이 할 수 있는 것은 ‘긴급임시조치’다. 긴급임시조치란 △직권 또는 피해자·법정대리인의 신청으로 피해자나 가정구성원을 주거·방실로부터 퇴거시키는 등의 격리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지나 직장에서 100미터 이내로 가해자가 접근하는 행위 금지 △가해자가 전기통신을 이용해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 금지 등이다.

경찰관이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도 있다.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행위자에 대한 형사절차와는 별개로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이 피해자 보호조치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청구 대상은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 금지(전기통신 포함) △친권행사 제한 등으로, 거주지 관할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에 청구하면 된다.

청구서류에는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와 관련 증명서류(진단서 등)가 있다. 판사는 심리기일을 지정한 후 피해자 및 행위자를 소환해 심리·결정한 뒤 6개월, 2개월 단위로 최장 2년까지 보호명령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할 수 있다.

만약 피해자가 사건처리는 원하지 않고 단순한 격리나 접근금지만 원하는 경우 앞서 말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안내하는 것 외에 경찰관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가정폭력범죄 사건의 성질, 동기 및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도 있으나 이 또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가정폭력을 당하면 망설이지 말고 ☎112 또는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정폭력은 반복, 중복, 은폐, 순환되기 때문이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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