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돌아보는 스승의 현주소
‘스승의 날’에 돌아보는 스승의 현주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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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회라지만 교단의 선생님들에게 올해 스승의 날은 더 없이 서글픈 날로 다가올지 모른다. 이날의 존재의의나 다름없는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는 아득한 옛 노래로 들릴 뿐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오죽했으면 스승의 날을 없애든지 졸업시기로 옮기자는 이야기까지 다 나오겠는가.

스승의 날을 37회째 맞이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청소년적십자(JRC) 중앙학생협의회에서 이름 붙인 스승의 날은 1963년 5월 26일 선생님들에게 사은(謝恩)행사를 베푼 것이 그 시초였다. 2년 후(1965년)부터는 날짜를 세종대왕 탄신일(5월 15일)에 맞추었고, 기념행사는 각급학교와 교직단체가 주관했다. 8년 후 1973년에는 정부가 ‘서정쇄신’을 이유로 이날을 폐지했고, 되살아난 것은 1982년부터였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스승의 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향이 느는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김영란법’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선물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성가신 일이 많아져서라고 한다. 실례로,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 관련 청원이 50여 건 올라왔고, 이 중 30건 이상이 스승의 날을 다른 날로 옮기거나 폐지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동안 스승의 날의 상징적 선물은 카네이션이었다. 그러나 김영란법 이후로는 이마저 금지되고, 허용되는 것은 학생대표가 선생님에게 달아주는 카네이션이 전부다.

최근 한 언론은 이렇게 전했다. “김영란법 이후 스승의 날만 다가오면 현장 교사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학부모·학생의 작은 성의 표시를 거절하거나 받은 선물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면서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는 게 낫다는 자조 섞인 불만마저 쏟아낸다. 서울 모 고교의 H(29) 교사는 지난주부터 매일 학생·학부모에게 ‘사절’ 답변을 하느라 업무에 지장까지 받는다. ‘별거 아니니 편하게 생각하고 드시라’며 선물이나 기프티콘을 보내겠다는 전화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 가까워지면 캔 커피, 과자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는 그의 하소연에서는 세태의 변화마저 감지된다. 스승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물질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릇된 생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 책임이 극성스런 일부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있고, 이들의 극성이 교육풍토를 오염시키고 ‘교권 경시’ 풍조마저 낳는다고 일갈한다. ‘군사부일체(君師夫一體=스승을 임금·부모처럼 생각함)’란 말이나 ‘스승은 그림자도 밟아선 안 된다’는 속담은 옛말이 된 지 오래라는 한탄이 그래서 나온다.

37회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도 각자의 가슴에 잠시 손을 얹고 명상에 잠기시기를 권하고 싶다. 학부모, 학생을 탓하기에 앞서 스승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킨 일은 없었는지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져보시라는 뜻이다. 교권과 자신은 물론 제자들까지 진심으로 사랑할 때 찾아온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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