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털 깎인 양이 되어 겨울한파 이겨내자
[데스크칼럼]털 깎인 양이 되어 겨울한파 이겨내자
  • 윤경태 기자
  • 승인 2008.12.04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의 우리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10여 년 전의 IMF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실제 얼마 전 신협에 들렀는데 창구 여직원들이 가계부를 필요한 만큼 가져가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반신반의하며 던진 물음에 그 여직원은 경제가 어려워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계부를 조합원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는데도 예년과는 달리 도통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널어놓는 것이다.

또 며칠 전에는 지인들과의 저녁약속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했더니 그 기사가 하는 말에서 서민들의 지갑이 닫히다 못해 아예 주머니에서조차 꺼내지도 않고 있을 정도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5년 경력의 대리운전 기사는 그래도 전국에서 좀 낫다고 하는 울산의 경기가 이렇게 힘든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로 경제위기에 빠진 것이 아닐 수 없다고 항변을 했다.

연말이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자정만 넘기면 대리운전기사들을 호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들어 새벽 3~4시까지 일하더라도 일당 3~4만원 벌어 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듣고 보니 그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언제 종지부를 찍을지 모를 경제 한파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면서 국민들의 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고사하고 최근에는 각 기업체마다 명예퇴직, 구조조정 운운하고 청춘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나는 이들도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모습들은 지난 1997년 겨울, 최대 경제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느껴진다.

주식시장은 연일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은 한 여름 뙤약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다. 정부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는 대책은 믿을 수 없다는 신뢰상실의 위기도 가세한다.

이제 11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길고, 더 어려운 위기는 불가피하다는 체념도 위기를 가속화시킨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겨울에 추풍낙엽처럼 경제 한파에 무너져 내릴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번 겨울한파에 당당히 맞서야 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겨울이 되기 전에 양털을 깎아 버린다고 한다.

이는 털을 깎인 양들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더욱 많이 뛰어 다니는 결과를 초래해 오히려 더욱 건강한 양으로 한층 더 성숙해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 공기처럼 우리네 살림살이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시련의 날, 고난의 시간들이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빨리 달려간다고 해서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고 잘 나간다고 해서 항상 웃는 것만은 아니다.

이번 겨울에는 털을 깎인 양이 되어 경제 한파로 침체된 우리 생활을 힘껏 활보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녀 보자.

/ 윤경태 편집국 정경부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