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청년세대 키워드
‘워라밸’ 청년세대 키워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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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올해 초 인터넷을 뒤지다 마주한 단어다. 그 뜻은  ‘Work and 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이다. 
1970년대 등장한 단어지만 베이비부머나 386세대에게는 다소 낯설겠지만 젊은 세대에겐 친숙한 단어다.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한 개인의 작업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고, 이후 1980년대 후반 들어서는 미국에서도 사용됐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펴낸 '트렌드코리아 2018'이라는 책에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급격하게 전파되고 있다.
 
책에는 1988년부터 1994년에 출생한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을 워라밸 세대로 표현했다. 일명 2030 세대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1988〜1992년 출생한 '직딩'(직장인)들이 새로운 '워라밸'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며 이들이 2018년에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influencer·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30 세대는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도, 업무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소비하는 성향도 워라밸에 맞춰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2030세대들의 생활양식(라이프스타일)과 일자리 인식' 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서 2030세대는 막연한 유행을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치밀하게 고민하고 똑똑하게 따져보고, 실행에 옮기는 세대'이자 '명확한 답변을 추구하는 세대'라고 했다. 생활 속에서 나만의 취향을 누리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고 봤다.
 
2030세대는 캐릭터와 함께 자란 덕질(어떤 것을 열정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행위)세대로서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더욱더 적극적인 수집활동을 취미로 하고 있으며, '나의 취향'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복지나 혜택'을 더 주는 정책보다는 '칼퇴', '연차' 등 주어진 권리를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원했다.
이런 세태가 반영되기나 하듯 최근 국회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법정근로시간이 현행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백화점 업계가 제도 시행에 앞서 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백화점이 4월 9일부터 6월 말까지 근로 시간 단축 시범운영에 들어갔고,  신세계는 올해 1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대기업 최초로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매장의 영업시간을 순차적으로 1시간씩 줄였다. 롯데백화점은 근로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워라밸'을 주제로 한 토크콘스트가 심심찮게 열린다. 최근 김기현 울산시장이 마련한 취미클럽 동호인과의 ‘통통대화’ 주제가 '울산지역 워라밸 문화' 였고, 남구청이 새내기 공무원 대상으로 마련한 대화의 자리가가 '새내기 공무원 워라밸 공감 콘서트' 였다.
 
'워라밸' 은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년을 눈앞에 둔 베이비부머들은 차치하고, 386세대는 지금껏 직장생활을 하면서 워라밸 세대가 갖는 사고에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세대나 386세대도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향유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시도로 삶의 질을 높여 가는 가치의 전환을 꿈꿀 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년 전부터 '저녁 있는 삶'이 직장인들의 키워드로 떠오른 뒤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가운데 청년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 '워라밸'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 세대를 위해 선배들은 일만 했던 억울함을 항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워라밸'을 더욱 생각케 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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