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변신, 멀지않은 미래
자동차의 변신, 멀지않은 미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0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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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Homo Faber)란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도구를 만드는 인간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리라. 인류의 역사가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 등 도구로 구분되는 것은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문명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자동차 또한 인류가 만들어낸 탁월한 도구 중 하나로, 현대 문명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왔다.

작년에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가구당 1.5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70~80년대 발생했던 석유파동이 다시 발생해서 차량 운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현대 문명에 자동차가 얼마나 큰 공헌을 하고 있는지 실감이 날 것이다. 당장 출퇴근부터 환자·화재 등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에 이르기까지, 자동차가 없으면 삶의 질은 물론 기대수명마저도 크게 낮아질 공산이 크다.

모든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라는 도구도 시대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 왔다. 마치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돌도끼 등 석재 도구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정교해지듯이 말이다.

사람이 탈 수 있는 최초의 자동차는 1769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걸로 알려져 있다. 공병장교인 니콜라 조제프 퀴뇨가 우마(牛馬)를 대신해 대포를 견인할 증기기관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증기기관을 대신해 가솔린 엔진, 디젤 엔진 등이 동력원으로 사용되고, 1913년 포드에 의해 컨베이어식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급격한 보급이 이루어졌다.

디자인적 측면을 살펴보면, 1930년에 이르기까지 자동차는 마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였다. 엔진 기술이 더디게 발전하여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불필요할 정도로 속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흔히 길에서 마주치는 유선형 차체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각 시대의 심미적 요소가 반영된 현대적인 차량이 생산되면서 각자 개성을 갖추게 되었다.

자동차는 증기기관에서 현대적인 내연기관으로, 마차 모양에서 유선형 차체로 내외부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최초의 등장부터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바뀌는 변화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앞으로의 변화상은 청동기 시대를 건너뛰고 철기 시대로 불러야 할 정도로 파급력과 의의가 클 것 같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없이, 그리고 복잡한 도로 위에서도 사고에 대한 불안감 없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친환경차는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 발생을 예방하고, 스마트 그리드 기술과 결합하여 전력이 남는 시간에 축적 후 피크타임에 공급하여 전력 사용 최적화에 기여하는 등 도로 안팎에서 환경친화적 사회로의 변화를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상상에서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 기술은 경로 최적화를 통해 포화상태에 이른 도로구간에서도 교통정체를 해소할 것이다.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량은 집 또는 사무실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며 바쁜 현대인에게 조금이나마 더 많은 가용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열거한 사항은 단시일 내에 우리에게 다가올 시나리오일 뿐이고 자동차가 현대 문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며 더욱 많은 발전을 이끌어 낼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탈 것 이상의 도구가 아니었음에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되었다. 이제는 탈 것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도약할 디딤돌이자, 신산업이 뿌리내릴 토양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는 주요 완성차 기업이 CES와 같은 가전제품 전시회에 자사의 차세대 자동차를 앞 다퉈 내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울산의 자동차 산업이 품은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기술개발이라는 DNA가, 자동차 산업을 지역의 주력산업이자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으로 성장케 했다. 이제 우리에게 다가온 미래는 자동차라는 도구를 한층 더 세련되게 다듬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의 DNA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열쇠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자.

최성재 ㈜케이에이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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