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시기 수사, 선의의 피해는 없어야
선거시기 수사, 선의의 피해는 없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8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경찰청이 지난 16일 오후 울산시청 시장부속실과 건축 관련 부서 등 5곳을 일시에 덮쳤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3시간이나 끌었고, 압수물품은 공사 관련 공문과 전자문서 등이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김기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 받은 날이자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다.

취재진에 따르면 경찰의 수사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시장비서실장 A씨가 개입된 일로, 북구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소용되는 레미콘을 이미 선정된 업체 대신 시장과 친분이 있는 다른 업체가 공급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압수수색의 근거가 됐다. 이 사건은 탈락 업체의 문제제기로 표면화됐다. 다른 하나는 시장 친동생 B씨가 연루된 일로, 경찰은 B씨가 또 다른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개입, 이권을 챙겼다는 첩보에 따라 B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 카드를 꺼냈다.

언론매체들은, A씨, B씨의 외압 과정에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도 경찰의 수사대상이라고 전했다. 또 시장 동생에 대한 수사는 법조계나 경찰 안팎에 벌써부터 알려진 사안이었던 점으로 미뤄 경찰 수사의 칼끝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시장을 겨냥하는 모양새라고도 전했다. 경찰의 공개적인 수사는 즉시 반발을 불러왔다.

김 시장은 16일 공개한 자신의 글에서 “압수수색 직후 알아보니 부서에서는 지역 업체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는 울산시 조례의 통상적 지침에 따라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제보자의 일방적 진술만 믿고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정치적 의도로 의심된다”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과도하고 편파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으니 경찰도 신속·공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 이어 경찰도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다”며 검·경을 싸잡아 비난한 뒤 “지역 업체 우선 선정이라는 지자체의 방침은 내가 경남지사 시절에도 행정지도를 하던 사안”이라며 김 시장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얼핏 보기에 두 정치지도자의 말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김 시장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로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특히 김 시장은 17일 SNS를 통해 “어떠한 불법적 지시도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결백함을 강조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법적·도덕적 책임을 다 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비서실장이든 친동생이든 자신의 최측근이 사건 연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김 시장은 대(對)시민 사과부터 먼저 하는 것이 바른 순서였다고 생각한다. 측근 관리에 빈틈을 보인 것은 사실이기에 하는 말이다.

다른 한편 경찰이 보여준 일련의 움직임은 ‘자두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만큼 경찰은 세간에서 ‘기획·표적 수사’ 얘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도 생기지 않도록, 편파적이지 않고 공명정대한 자세로 수사에 임하기를 바란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