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부작용, 최소한으로 줄이자
‘미투 운동’ 부작용, 최소한으로 줄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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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eToo) 운동’이 한 달을 넘기면서 우리 사회에선 여성인권,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 반대 현상도 나타나 우려를 자아낸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미투 운동의 후유증이 하나둘씩 시야에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미투 피해자의 제2피해’가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이는 점이다. 지금도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피해자) OOO의 남편은 누구?’ 하는 식으로 특정개인에 대한 신상털이가 계속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상매체만 하더라도 관련 뉴스를 내보낼 때마다 으레 등장시키는 것은 피해자 얼굴 사진 혹은 동영상이다. 그렇다고 보도 포맷을 스스로 바꾸려는 관련매체의 노력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둘째,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이지만, 미투 폭로가 6·13 지방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커지고 있는 점이다. 성추행 사실 여부를 떠나 충남도지사 예비주자나 서울시장 예비주자에 대한 폭로의 경우 누가 보아도 출마 포기를 노린 선거공작 냄새가 짙다. 이처럼 악의적으로 계산된 폭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봇물을 이룰 전망이고,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셋째, ‘미투’ 대응논리로 이른바 ‘펜스 룰(Pence rule)’ 현상이 빠른 속도로 번져나갈 조짐이 짙어지고 있는 점이다. ‘펜스 룰’이란 마이크 펜스(Mike Pence) 미국 부통령이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2002년) 한 인터뷰에서 “아내를 동반하지 않으면 술이 제공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지어진 말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남성사회 일각에선 성추문 오해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펜스 룰을 곧이곧대로 차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회식을 여직원들과 같이 하지 않는 등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처법이 오히려 여성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로운 의미에서 출발한 국내 미투 운동이 이처럼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몰고 오게 되면서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첫째, 포털사이트나 뉴스매체에선 미투 피해자가 제2의 피해를 겪지 않도록 스스로 제어장치를 마련하고 정부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선거 시기의 반사이익을 노린 ‘음해성 미투’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관계당국은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형사처벌로 발붙일 여지를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펜스 룰’이 가져올 후유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지혜로운 대안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미투 운동을 적극 권장하되 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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