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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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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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물 당기기 의식은 북구 달곡 무룡산 골짜기 용소의 기운을 받는 의식이다. 새로 판 우물은 항상 물이 마르지 않는 풍부한 수량을 원한다. 새로 판 공동체 혹은 개인의 우물은 용소의 물 기운을 당김으로써 용소와 같이 항상 물이 풍부한 샘으로 지속·유지되기를 기대하는 유감주술적 의식이다. 물 당기기 제의식과 기우제는 물이 중심인 것은 비슷하나 의식자체가 차별화된다. 물 당기기 의식은 새로운 우물을 팠을 때 언제든지 행한 의식이며, 기우제는 가뭄이 심할 때 물을 관장한다는 용을 자극시켜 비를 오게 하는 의식으로 지금은 일부 의식이 남아 놀이로 변했다.

달집사리는 새해에 행하는 지혜 증장(增長) 의식이다. 달집사리 의식은 달맞이 시각에 맞추어 거행된다. 굳이 달맞이 시각을 기다리는 것은 밝음에 밝음을 더하기 위함이다. 조상들은 정초에 밝음을 맞이해야 지혜가 더 자란다고 믿었다. 지혜 증장 의식에는 남녀노소가 모두 동참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지혜 증장의 계기가 되는 역할을 맡았다. 달집사리는 작은 불에서 큰불로 옮겨가는 의식으로 이때 어린이들은 작은 불 의식을 먼저 거행한다. 작은 불 여러 개를 대불인 달집으로 옮긴다. 이를 ‘지불[支火]의식’이라 한다. 이를 ‘쥐불놀이’라 부르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지화’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쥐불’로 와음(訛音)·와전(訛傳)되었다가 답습되어 내려온 것이다. 요새는 거화봉(擧火烽)으로 달집을 사르는(=태우는) 행사로 변했다.

‘삼신(三神)할매’는 민속이나 무속에서 임신과 출산의 신으로 인식된다. 삼신은 삼신할매, 삼신바가지, 삼신할머니, 산신이라고도 하지만 개념정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불교의 영향이 바탕에 깔려있는 우리나라의 민속을 생각하면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을 일컫는 ‘삼신(三身)할매’일 개연성이 크다. 비슷한 관점에서 보면, 901년 판 <경상도지리지>에 기록된 울산 계변성(戒邊城) 설화 속의 ‘금신상(金神像)’은 ‘금신상(金身像)’의 오자(誤字)일 개연성이 높다.

박첨지(朴僉知)는 꼭두각시놀이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한사람이다. 박첨지는 성(姓)이 박씨이기에 박첨지로 통한다. ‘박첨지놀이’는 박씨 성을 가진 첨지의 일상을 그린 인형극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박첨지일까? 누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박미자(博謎子)를 마중물삼아 접근해 본다. 박미자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쉽게 설명하면 무당 등 특수집단이 사용하는 은어(隱語)놀이 기록의 한자어이다. 낱말을 풀이하면 더 쉽게 이해된다. ‘박(博)’은 ‘넓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놀이’라는 말로 쓰인다. ‘미자(謎子)’는 은어(隱語)이다. 놀이를 뜻하는 박(博)과 성씨 박(朴)이 공교롭게도 같은 발음이다. ‘박첨지(博僉知)’는 단어 자체가 ‘첨지 놀이’라는 뜻이 된다. ‘박첨지(朴僉知)’는 놀이를 붙여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셈이다.

후대에 관심이 적다고 하여 ‘대광대’와 ‘대廣大’를 죽광대(竹廣大)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대광대라는 것은 일종의 곡예사(曲藝師)로서 높은 죽간상(竹竿上)에서 재조(才操)를 하는 것을 그 곡예에 부속하여 가면극도 하여 온 것이라 한다.” 울산 출신 민속학자 석남(石南) 송석하(宋錫夏·1904∼1948)는 저서 『한국민속고』(일신사. 1960)의 <오광대 소고>에서 대광대를 ‘죽간 위에서 재주 부리는 곡예사’로 기술하고 있다. 대광대의 단어도 한자가 아닌 한글로 기록했다.

부산 동래 출신 민속학자 석천(石泉) 최상수(崔常壽)(1918∼1995) 교수는 저서 『야류·오광대 가면극의 연구』(성문각. 1984)에서 동래 출신 윤재호(尹在昊)와 마산의 김옥일(金珣壹) 등 두 노인의 구술 자료를 소개했다. 그는 저서에서 한글과 한문을 혼용하여 ‘대廣大’라고 적었다. 송석하의 ‘대광대’와 최상수의 ‘대廣大’를 아전인수식으로 ‘죽광대(竹廣大)’라고 고쳐 쓴 것은 엄연한 변조 행위이다.

여성을 여우, 야시, 매구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어떤 연유에서 비롯되었을까? 남성과 여성이 북쪽을 향해 섰을 때 ‘남성은 왼쪽에 자리하니 남좌요, 여성은 오른쪽에 자리하니 여우로다’라는 말에서 ‘남좌(男左)’라는 소리는 연상되는 것이 없어 잊어버리고, 여우(女右)는 그 소리를 팔랑귀로 듣고는 여우(狐)를 연상하여 와전시킨 끝에 여성=여우가 된 것은 아닐까.

과거에는 북쪽을 기준점으로 위치를 정했다. 남면지존(南面之尊), “박을 치면 청학·백학이 나는 듯이 발을 디디고 지당판 앞에 나아가 동·서로 나뉘어 북쪽을 향하여 선다.”(『악학궤범』 <학무> 편)는 그 흔적이다. 여성을 ‘여우’라 하는 것은 남좌여우(男左女右)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다.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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