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女수행비서의 ‘미투’
도지사 女수행비서의 ‘미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06 2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들의 ‘손조심’과 ‘입조심’이 일상화된 가운데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8개월간 자신의 비서를 4차례 성폭행했다는 피해자의 ‘미투’ 폭로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김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안다”고 말해 추가피해자의 폭로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필자도 도지사 수행비서 출신인지라 남성의 전유물인 수행비서직을 여성이 했다는 부분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 수행비서직은 긴장도도 높고,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지난 5일 안 지사가 비서였던 김씨를 최근까지 4차례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가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보도했다. 김씨는 안 지사와 함께 떠난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9월 스위스 출장지 등을 포함해 안 지사에게서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지난 2월 25일에도 성폭행을 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대선 당시 안 지사 캠프에서 홍보기획을 담당한 뒤 7월부터 수행비서로 특별 채용됐고, 문제의 스위스 출장 이후 정무비서로 전환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비서를 성폭행·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제기된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를 출당·제명하는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탈당 등을 하지 않고 민주당을 줄곧 지켜온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안 지사는 성폭행 폭로로 인해 당에서 제명을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도지사 수행비서는 도지사를 지근(至近)거리에서 수행하는 최측근 비서로 수행기사와 함께 업무를 수행한다. 즉, 자신이 모시는 분이 이동을 할 때 항상 같이 동행을 하며, 필요물품을 휴대하고 스케줄을 챙긴다. 수시로 변경사항 등을 체크하여 보고하고 항시 같이 붙어 수행하며, 경호업무도 같이한다. 또, 수행비서는 항시 붙어 다니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언 등 참모의 역할도 겸한다. 필자가 1993년도 관선 경상남도지사 수행비서이던 시절엔 여성 수행비서란 상상이 불가했었다. 물론 1차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내근 또는 정무비서는 도지사 비서실에서 근무한다.

수행비서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보직은 아니다. 개인적인 사생활은 포기해야만 한다. 새벽같이 기침(起枕) 전에 관사에서 대기하고, 모시는 분이 잠자리에 들어야 퇴근이 가능하다. 기혼이라면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에 대한 기대는 사치일 뿐이다. 수행비서는 우선 입이 무겁고 눈치가 빠르며, 이해도와 두뇌회전이 빠르고 자신이 모시는 분이 ‘아’하면 ‘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관선 시대엔 특별승진이 보장되는 선망의 자리로서 벼락출세가 보장되는, 고생스럽지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자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민선이 되고 나서는 캠프에서 동고동락한 관계자가 수행비서 보직을 맡는 것이 관행이다.

옛 사극을 보면 양반이나 지체 높으신 분들이 이동을 하거나 혹은 과거시험을 보러가게 되면 항시 누군가를 데리고 다닌다. 그들이 바로 수행비서(?)들이며 양반이 이동할 때 편히 다닐 수 있도록 각종 수발을 들어준다. 현대에는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고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정치적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안 지사가 기대한 채움의 길은 비움의 길로 바뀐듯하여 아쉽겠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주는 교훈인 셈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